鵲巢日記 15年 02月 28日
흐렸다. 오후 가랑비 내리더니 저녁때 진눈깨비 내렸다.
설 쉬고 첫 커피 문화 강좌를 가졌다. 새로 오신 분 두 분 계셨다. 사람 많으면 교육하기가 버겁지만, 적당한 교육생에 아기자기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커피에 관해서 세 분의 질문을 받았다. 한 분은 가게 평수에 대해서 한 분은 가격에 대해서 한 분은 커피 시장성에 관한 질문이었다. 예전에는 가게 넓으면 넓을수록 좋다고 얘기한 적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님을 몇 가지 예로 들어 설명했다. 커피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많으면 굳이 가게가 필요하겠나 하는 마음과 가게가 작으면 작은 대로 장점이 있음을 얘기했다. 만약 큰 평수를 운영한다면 여러 가지 경비, 그러니까 각종 세와 직원 인건비 등 관리비를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커피 가격 원가를 설명했다. 한 잔에 얼마 정도가 원가며 이문은 어떻게 매기는 것이 좋은지 얼마나 팔아야 수지타산이 나오는지 설명했다. 커피 시장성에 대해서는 어느 종목과 관계없이 커피 업도 마찬가지다. 시장성 보는 관점은 본인에게 달려 있을 것이다. 이 사업이 희망 가득 바라본다면 무궁무진한 게 커피 일이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고 관심이 있고 손에 쉽게 익을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압량 오후, 교회에 모 씨께서 오셨다. 기계 청소하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고 라떼아트에 관해서 몇 가지 지도했다.
압량에서 실습생 동원이랑 커피 한 잔 마셨다. 집에 가게가 비워지지 않아 준비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나에게 묻는다. 아직 가게에 세입자가 나간 것도 아니고 내부공사가 들어간 것도 아니라서 준비라고는 그러니 책보며 그간 공부 좀 하는 것이 어떠냐고 얘기했다. 그러니까 똑같은 물을 보더라도 남매지 연못을 보는 것과 바다를 보는 것은 다르겠지 아마! 느낌도 다를 것이며 보는 시각도 틀릴 거야! 책도 좀 보는 게 좋겠구나! 그래서 사마천이 쓴 사기에 관해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니까 사기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을 다 얘기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사람의 모든 심리 즉 상하(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관계, 수평관계(부부, 친구, 국가와 국가, 이웃)를 고루 살필 수 있으니 좋아. 아마 커피 일 하다보면 인간관계가 반드시 따르니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사기를 읽으라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 틈틈이 공부하는 것이 그래도 도움이 될 거라 얘기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과 통찰력은 거저 생기는 것이 아니니 독서의 중요성을 얘기해 주었다.
큰길 가 볼품없는 가게에 앉아
수많은 차만 보니 님은 어디에
저리도 쏜살같이 그냥 가는가
얘 보소 커피 한잔 사가져 가소
입 당기는 한 모금 커피 마시니
끊으려 끊지 못한 이 커피 한잔
거저 있으면 한잔 곁들여 한잔
구수한 입담 좋아 축이며 한잔
굳이 끊으려 말고 즐기며 가자
어여 불혹도 중반 원만히 가자
살면 이제 덤이니 거저 껴 안자
남은 길 잘 살펴서 돋우며 가자
야야 님만 님인가 앉아서 보는
역대에 이름 있는 문장가 또한
님이라 아소 님아 꿰뚫어 보며
참한 얘기 나누며 보듬어 가자
모 점 기계를 철수했다. 근 칠팔 년의 생활이었다. 그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커피를 함께 했다. 점장께서도 이제는 미련이 없나 보다. 그간 거래에 고마움을 얘기한다. 본부에서는 그래도 최고의 거래처며 상표를 알린 턱없이 좋은 자리였다. 이렇게 기계를 빼고 보니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서 부장은 쉬는 날이었지만 기계 덜어내기 위해 잠시 출근했다.
얼마 전 교육용으로 쓰던 기계가 출고되었기에 그 자리에다가 옮겨놓고 가동해 두었다. 저녁을 먹지 못해 용준이랑 여 앞에 막창 집 간다. 김치찌개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네’ 한다. 이 집도 너무 오래간만에 왔다. 이 시간쯤이면 손님 가득해야 할 집이 단, 둘이다. 저녁 듬뿍 먹고 용준이 차까지 태워다주며 한마디 했다. ‘야! 정말 진수성찬이었다. 난 돼지고기와 마늘 넉넉한 이 김치찌개가 최고란다. 그러고 보면 사는 게 별것 없는 것 같아, 이 밥 한 그릇 제대로 먹는 것도 큰 행복이지 않니!’ 그러니까 그저 웃기만 한다.
사는 게 별거 있나 때마다 먹는
뜨끈한 김치찌개 제때 한 그릇
멀리 볼 것도 없어 뜨는 숟가락
죽어 여한이 없는 삶의 밥 한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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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