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3月 05日
맑았다.
큰 산 화두를 놓고 호미를 든다
다듬은 밭에 앉아 두둑 읽는다
틈새 칼 같은 문장 고랑 긋는다
군더더기 없는 산 캐며 오른다
오전, 강 선생과 커피 마시다가 특정 분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니까 커피에 관한 이야기다. 분점이면 커피를 모두 써야 되는 거 아니냐며 하는 말이었다. 맞는 말이었지만, 그에 대해 구속을 할 수 없다는 게 나의 의지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제품(커피)을 이야기하자면 가격대비 최상의 상품으로 본점에서 내놓지만, 가격이 비싸다고 여기거나 커피가 입맛에 맞지 않는다거나 하는 문제가 생긴다. 사람마다 취향이 각기 달라서 그 추구하는 것도 각기 다르다. 그것을 억지로 맞추는 것은 강압이며 자율성을 떨어뜨리게 되어 도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늘 갑의 처지로 무엇 하나 진행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다.
본점과 분점에 관해 통일성을 갖춰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어 안타깝다. 신-메뉴에 관한 이야기도 그렇다. 유통체계가 최소한 분점이 서른 개는 넘어야 모든 재고의 유통과 관리가 어느 정도는 맞아 들어가지만, 우리는 분점이 고작 몇 개밖에 안되며 더구나 지방인 데다가 작은 도시로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모두 자율성에 맞기며 상표전략으로 몇 가지만 통일성을 갖춘 셈이다. 오히려 이 조건이 지금껏 그나마 지역에서 살아남은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로스팅 기계에 관한 것도 그렇다. 나는 지역에 맞게 드립을 보다 신선하게 제공하려는 뜻에서 각기 분점에 갖추도록 상담과 그 결과로 각 점포에 넣었지만 지금 몇 년 지난 상황에서 돌이켜보면 오히려 폐단이었다. 물론 이 폐단이라는 말 또한 우스운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니까 을의 처지로 보면 그간 어느 정도 로스팅에 관한 기술력 향상으로 직접 볶을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갔다면 폐단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본점 입장으로 보면 커피가 덜 나가니 오히려 기존 예상 판매량에 못 미치니 손해가 될 수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어느 것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거저 각 점에서 초심과 같이 영업하며 고객 친화적 경영으로 살아남길 바랄 뿐이다. 본점 또한 그 어느 업소보다 노력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내부도 중요하지만, 외부의 경쟁에 더는 밀리지 않게 각기 노력해야겠다. 상표라는 것은 거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역에 얼마만큼의 인정을 받느냐는 것은 내가 얼마만큼의 믿음을 부여했느냐다. 커피 한 잔에 솔직담백하게 참된 사랑을 심어야 한다. 뭐라 해도 고객은 그것을 안다. 나 또한 어느 집에 가 커피 한잔 마시면 그 맛이 어떤지 분간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한 집은 뭐가 틀려도 틀리다.
예전이었다. 분점 내기 위해 어느 닭집 사장님과 식사 한 끼 한 적 있다. 풍채가 제법 있으신 분이다. 닭집만 분점을 약 100여 개 냈다. AI 파동이 처음 일었을 때 그 많던 분점이 하나둘씩 문 닫기 시작했는데 거의 다 닫았을 때는 소름 돋을 정도였다고 했다. 하기야 소름만 돋을까 자본이 무너지는 것을 볼 때 사람은 사선을 달린다. 하루는 본점에 어느 고객이 식사하러 오셨는데 주차선에 주차를 바르게 하지 못했다. 주차장 관리 직원이 선과 반듯하게 주차해 주십사 친절히 부탁했지만, 고객은 오히려 짜증과 불손한 말로 일축해버렸나 보다. 더욱이 이러한 내용을 다음 포탈 사이트에다가 오르는 일이 생겼다. 그러니 상표이미지가 그날 이후로 맥없이 실추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사장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그 뒤로 일은 잘 해결되었다지만 얼마나 힘 쓰인 일인가! 그만큼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의 상표 만드는 일은 꽤 힘 드는 일이다. 커피는 닭과는 틀리지만, 우리 농산물이 아니라 전량 수입품이란 것은 주지해야겠다.
오후, 본점에 토요문화강좌 때 오신 분이다. 마케팅에 관한 일을 하신 분이었는데 잠시 상담을 받았다. 큰 실익이 있으면 하는 것도 괜찮지만, 마케팅이란 것이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거저 듣기만 했다. 오후, 본부에 윤 과장 다녀갔다. 윤 과장은 얼마 전에 회사에서 뽑은 신형 ‘쏘렌토’를 타고 왔다. 승차감에 꽤 만족한 데다가 짐이 많이 실려서 좋다며 한마디 했다. 뒷좌석을 눕히면 한두 사람은 누울 수 있으니 그만한 공간쯤은 생기는 것이 되니 커피를 제법 실을 수 있다. 금세 내려주고는 구미에 간다며 줄행랑이다.
오후, 내부공사를 맡는 장 사장 전화 왔다. 이번 주 일요일 결혼한다고 했다. 음악회를 늘 하다 보니 결혼식에 축가 불러 줄 가수에 관해서 여쭙는다. 남녀 혼성으로 듀엣곡을 맞췄다. 장 사장은 참 운 좋은 사람이다.
흐린 하늘 대보름 달만 둥그네
어제 내린 가랑비 그냥 가셨나
포옥 적신 날 가고 달 흐립디다
잔 띄운 달그림자 혼자 마시네
뜨거운 둥근 잔에 춤추는 달아
출렁이며 향 머문 가시는 여운
속 데워 흡족하니 채운 한 모금
맑게 씻은 이 한 몸 더는 없어라
사동에 머물 때였다. 정의가 따끈한 예가체프 한 잔 내려주었는데 아! 이렇게 맛이 있을 줄이야! 입안 머금는 산미가 어찌나 상큼한지 그 맛이 적당히 삭은 김치와 같았고 속 채운 느낌이야 뭐라 말할 수 있겠는가마는 손등에 갓 내린 눈 같았으며 들여놓은 그 뜨거움은 온천탕에 폭 담근 몸처럼 온몸 나른했다. 웬만한 국 한 사발보다 더 시원했다.
정문기획 사장님 오셔 또 한 잔 마셨다. ‘가배도록’에 관해서 한 말씀 주셨다. 요지를 말하자면 ‘재밌다’고 했다. 자꾸 손에 간다는 말씀도 있었으며 가실 때 안티구아 한 봉 사가져 가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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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