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4月 05日
흐렸다. 오후 비 왔다.
아침 본점, 압량 거쳐 사동에 갈 때였다. 라디오 음악이었는데 파도소리가 가미된 클래식 같은 것이었다. 마치 고향에 가는 듯한 느낌 들었다. 이상야릇하면서도 우울하기도 했는데 거저 안개 같은 미래를 헤쳐 나가며 가는 나 자신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가 하며 느꼈다. 인간은 역시 물에서 나온 것인가 보다. 이렇게 가볍게 때리는 저 파도소리가 심안에 바위 같은 응어리 하나 끄집어내어 놓았으니 말이다.
아침 먹으며 나누었던 대화가 지나간다. 사동에 모 상표 ‘M'가게가 개업했나 보다. 여기서 새로운 직원을 모집한다고 했다. 물론 요식업계니 많이 뽑는 것은 아니다. 한두 명 정도 채용해서 함께 일했으면 하는 거다. 그런데 여기서는 밤에 일하는 분은 낮보다는 인건비를 1.5배 더 준다는 거다. 이 말이 카페에 또 술렁이게 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밤에 일하는 사람은 1.5배라는 말은 없고, 일은 더 데고 마감을 하려니 정확한 시간까지 없게 된다. 하지만 한 시간 정도 더 보상을 나간다고 해도 M업체와 비교하면 형평에 맞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1.5배라고 하면 시간당 노임이 얼마를 기준으로 하는 건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노동의 가치도 알아야 할 것이며 그것이 나에게 얼마만큼 자아개발에 도움이 될 것인지도 보아야 한다. 카페를 하면, 아니 어떤 영업을 하더라도 사람이 해야 하니 여러 가지로 신경 안 쓰이는 일이 없다. 더구나 부가가치가 높은 것도 아니며 매출이 또 따라주는 것도 아니라서 언제나 위험한 길을 걷는 것이 사업이다. 오십 이상 드신 어느 사업가는 사업을 떠나 있거나 오히려 그리 많은 인력이 필요치 않은 사업을 택하는 경우도 여기에 있다. 인력시장을 스스로 만들며 가는 업체는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않은 업체는 사람 구하기 힘드니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 일할 사람이 없어 스스로 문 닫는 가게도 더러 있다. 또한,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되면 일할 의욕은 스스로 무너지게 되니 사업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업계에 비해서도 나은 대가를 지급하지만, 뒤돌아서면 못마땅한 게 사람의 마음이다. 매출이 떨어지면 잠잠하다가도 매출이 조금 나아지면 군말도 있는 법이니 평형을 유지해야 하는 경영자의 마음은 신경 안 쓸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건물 임대업자나 사람이 그리 필요치 않은 모텔 사업은 제법 돈을 번 사람은 꿈이니 한 번쯤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후, 본점에서 책 읽었다. 오후 5시쯤 점심 겸 저녁을 동원이와 정식이와 함께 먹었다. 막창 집에서 김치찌개 하나 주문해서 밥 먹었다. 지난 주였다. 동원이와 정식이랑 본점 마감하고 이 집에서 식사를 함께 했는데 동원이는 자주 함께해서 식성을 대충 알겠다만, 정식이는 괜찮을지 마음 쓰이기도 했다. 그날 밥 한 그릇 먹고는 정말 맛있다며 한마디 하는 거였다. 마침 또 함께 있으니 김치찌개 주문해서 먹게 되었다.
김치찌개 한 그릇은 마늘이 있고 배추가 있고 하얀 소금이 있다. 김치찌개는 허기가 부른 피의 군말을 데웠고 신맛을 더 우렸다. 숟가락은 뜨거운 김치찌개만 한술 뜬다. 하얀 이를 제법 잘 피해 걸었던 숟가락, 이 같은 밥을 세며 자꾸 줄어드는 밥공기에 숟가락만 가볍다. 허공 가득해도 밥공기만 한 곳은 없다고 여긴다. 밥알도 마늘도 배추도 하얀 소금도 붉은 고추도 숟가락 담글 수 있으면 김치찌개는 뜨거워도 맛있다. 숟가락은 싸느란 밥공기는 싫다. 숟가락은 숟가락과 숟가락 부딪치며 한술 뜨는 그 김치찌개가 맛있다.
압량과 사동에서 책 읽었다.
오 선생은 사동에서 콩 볶았다. 둘째가 일요일이라서 카페에 잠깐 나와 엄마 일을 도왔다. 손님이 아주 띄엄띄엄 오셨는데 그렇게 바쁜 일은 없었다. 옆집 콩누리와 오릿집은 일찍 문을 닫았기에 적막하기까지 했는데 카페 분위기도 그리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사동 마감하고 본점으로 이동했다. 바깥은 보슬비 내리고 있었다. 마감하는 동원이와 정식이 본다. 동원이는 요즘 기분이 꽤 좋다. 그러니까 아래였지 싶다. 카페 오는 여자 손님이었는데 관심이 꽤 있었나 보다. 연락처 달라는 말에 처음은 나이가 보기보다 많다며 거절했다. 잦은 부탁에 전화번호 적으며 서로 얘기도 나누었다. 그 손님은 스물넷이다. 동원이는 올해 서른하나다. 얼굴이 꽤 잘 생겼다. 나는 싫지 않으면 거저 한번 사귀어 보라며 적극적으로 얘기했다. 얼굴 꽤 밝아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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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