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3月 03日
아침에 진눈깨비 내리다가 잠시 눈 오다가 종일 비 내렸다.
박 영규 선생께서 지은 ‘세종대왕 실록’을 다 읽어 보았다. 느낀 점 몇 자 적는다. 우선 임금으로서 처리해야 할 한 국가의 일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것과 훈민정음 창제에 관해서 조금 더 깊게 알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세종의 주위 여러 선비 그러니까 유능한 인재들의 역할과 그들의 삶을 통해서 조선 초의 문화, 정치, 외교, 경제, 치국을 위한 법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뚜렷이 생각나는 것은 한글창제인데 박 영규 선생께서 한글의 우수성을 익히 말씀하셨던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께서 평한 말씀 한마디 넣은 글도 인상적이며 창제의 원리를 간략히 적은 것도 관심이 간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하여 지었다. 세종의 삶과 정치 그리고 세종의 치세(실록에 따라 간략히 정리), 세종의 주변 학자 그러니까 성군 세종의 정치에 큰 영향이 있었던 학자들이다. 이 학자들의 삶이 나는 더 재밌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 문화를 소상히 알 수 있었다. 특히 학자 변 계량의 삶은 인상적이었는데 대단한 의처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과 왜냐하면 그의 친누나의 삶이 조금 복잡했는데 그 영향이 변 계량에 못 미쳤다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외 유능한 학자가 많지만 몇몇은 술을 무척 좋아해서 제 명을 못 산 분도 있었고 악공 박연, 손이 장난이 아닌 장영실, 집현전 학자 정인지 그 외 다 언급할 수 없을 정도다. 오전 책 읽었다.
사동에 현수막 걸대 작업하는 업소에서 한 분 다녀갔다. 조감도 내에 음악회 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 그 무대 위에 기둥 보와 기둥 보 사이에 걸대를 설치하기 위함이다. 그간 이 작업을 하려고 무척 생각은 가졌지만 하지 못했다. 무대 앞은 모두 좌석인데 오신 손님께서 무슨 공연을 보러 오셨는지 간략히 볼 수 있게 현수막 작업을 하고 싶었다. 더욱, 어제 시마을 김 선생님께서 전화 주셔, 이번 달 셋째 주 토요일 수류 선생님 시집 발표를 우리 가게에서 하고 싶다고 했다. 솔직히 너무 감사했다. 수류 선생은 시마을 동인 선생님이자 시마을 대경지회 동인이다. 수류는 선생의 호며 성함은 손 성태, 이번 낸 시집은 ‘물의 연가’다. 이 기회를 빌려 무대를 꾸밀까 싶어 현수막 업자를 부르게 되었다. 비용은 걸대 하나 거는데 20만 원 요구했다. 시공은 이번 주 금요일이나 토요일쯤 전화 주겠다고 했다. 나는 될 수 있으면 아침 일찍 시공해주기를 간곡히 부탁했다.
사동 조감도 오르는 언덕에 산 꿩 두 마리 보았는데 내려가는 길에도 얼핏 보았다. 산 꿩이 많은 동네임은 틀림없다.
삼월에 진눈깨비 슬피 내린다.
바람에 유리창에 떡떡 붙는다.
지우고 쓸어보고 지울 수 없는
뿌리 없는 바닥에 눈꽃입니다.
본부 일이 걱정되었다. 직접 거래하는 카페가 실은 많이 줄어들었다. 매출도 크게 줄어서 가진 재고의 유통기한이 모두 신경 쓰이게 되었다. 어제는 레몬파우더가 오늘은 믹스베리가 유통기한 날짜를 확인한다. 앞으로 상표만 붙는 꼭 필요한 제품만 다루어야 하지 않을까? 카페 수요가 많아서 카페는 많이 생겼다지만, 각 업소마다 커피 판매는 더 줄어들었다. 물론 커피와 관련한 공급업자도 많이 생긴 건 마찬가지다. 어느 제품을 보더라도 경쟁상품이 없는 것이 없으니 이를 만드는 제조회사도 경기 난은 마찬가지다. 유통기한 다 되어 가는 상품은 반품되는지 물었더니 절대 못 한다며 딱 잘라 말한다. 그러니 소비시장이 활성화되려면 경제활동인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는다.
삶은 끝이 있지만 끝없는 지식
끝이 끝을 논하면 지식은 없다
중용의 예를 갖춰 끝을 논하면
비록 한낱 껍질도 길고 오래다
사동에 머물 때였는데 카스에 오른 경산 모 카페에 관해 배 선생께 말씀드렸더니 대구 시내 모 카페에 관한 정보를 얘기하셨다. 그러니까 그 카페가 2호점을 냈다는 것이다. 조금 오래된 건물을 사서 개축했나 본데 돈이 무려 14억이 들어갔다고 했다. 평수는 몇 평이냐고 물었는데 오십여 평이라고 했다. 나는 주위 점점 생겨나는 카페에 긴장되기도 해서 배 선생께 또 물었다. ‘우리 카페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부 공간미요’, 배 선생은 손에 하얀 행주를 들며 웃으시며 대답했다. ‘그래도 여기는 나 많은 사람이 많이 오시잖아요.’ 배 선생께서 말씀 끝났을 때 나도 모르게 가게 분위기에 시선이 갔다. 오늘은 좀 어르신이 많이 오신 듯했다. 11시 07분에 마감했다. 사동 나설 때는 그저 깜깜했지만, 본점에 도착할 때쯤에는 비가 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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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