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2月 22日
맑았다.
본부 제외하고 모두 정상 영업했다. 본점, 압량 거쳐 사동을 개장했다. 엊저녁에 많은 손님이 다녀가셨다. 자리 곳곳 먼지 제법 쌓였으리라! 비로 쓸고 밀대로 자리마다 닦았다. 이제는 봄인가 하며 느꼈다. 날씨 제법 온화했다.
모닝커피 한 잔 마셨다. 이마 송골송골 맺는 땀방울 닦으며 앞 훤히 보이는 사동 고등학교 건물을 본다. 몇 평 되지 않지만 정원에 심은 메타세쿼이아 나무 보며 나무에 칭칭 감은 전선 보며 있었다. 이제 곧 있으면 잎사귀 틔울 것인데 저 전선을 이제는 걷어야겠지! 밤에 불빛 환하게 비춰주는 아름다움도 있지만 이 불빛이 얼마나 많은 손님을 이 카페로 안내하는지는 모른다. 그냥 놓아두면 나무의 성장이 위태할 것이고 아마도 걷어야 해!
직원과 커피 한잔 마시며 얘기 나누었다. 아침, 젊은 연인이 들어오시기에 배 선생께서 한 말씀 하셨다. ‘이제 우리 카페 손님이 다양합니다. 나이대별로 다양하게 찾으시니 좋아요.’ 이삼십 대만 연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오십 대도 연인이 많아 자주 오신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연인이란 육체적 사랑만은 아니다. 누구를 몹시 그리워하는 것은 연인이다. 그리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행복하다. 그 사람이 어떻게 살며 무엇을 먹으며 어떤 생활을 하는 지 서로 나누는 것이야말로 관심이며 배려며 또 아끼는 것이다. 아끼는 말은 물건이나 돈, 시간 따위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소중히 여겨 보살피거나 위하는 마음도 있음이다.
아침, 이 경옥씨 다녀갔다. 친구도 함께 왔는데 설 쉬고 인사로 오신 거였다. 이번에 나온 책을 선물했다. 안부로 집에 과수농사는 어떤지 잘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함께 오신 친구분은 책을 꽤 좋아한 것 같다. 드렸던 책을 얼핏 다 훑어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가배도록’은 틈틈이 시가 있어 읽는 맛을 돋운다며 얘기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를 그것도 정형시로 사행소곡 형식을 맞춘 것이 잘한 것이라며 여긴다. 아마, 이렇게 바쁜 시기에 우리는 살고 있다. 누가 누구의 책을 읽으며 또 긴 문장을 바라볼 것인가? 운을 띄우고 요지를 말하다 보면 관심이 갈 것이다.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독자가 읽을 때는 더욱 그렇다.
사는 게 쉬운 일은 아주 아니다
人生 나만 걷는 게 아니 아니다
험난한 길 스스로 다지며 간다
한번 왔다 가는 길 땀 닦아 간다
영주에 문상 다녀왔다. 영주는 여기서 정확히 두 시간 거리다. 그것도 차가 밀리지 않는다는 계산에 약간은 밟아야 두 시간 맞출 수 있다. 고인은 한 번도 뵙지 못한 분이지만 안 사장님과는 사업 동지로 오랫동안 함께 했다. 직영점 낼 때마다 오시어 축하해주셨고 일이 어렵거나 힘들면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사이라 반드시 다녀와야 한다. 안 사장님 어머님은 올해 여든넷이라고 했다. 2년간 요양병원에 모셨으며 지병의 악화로 세상 달리하셨다고 했다. 고인께서 내어주신 국 한 그릇 밥 한 그릇 먹었다.
영주에 가며오며 이런 생각했다. 관혼상제는 모두 축하할 일이다. 상례는 이 땅의 무거운 것을 내려놓은 것이니 얼마나 가벼운 일이냐! 가는 사람은 훌훌 털고 간다. 남은 사람이야말로 떠난 사람을 더는 볼 수 없으니 그 그리움이 이루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남은 사람은 슬픈 것이다. 운전만 네 시간이다. 가만히 앉아 핸들만 잡으면 지겹다. 신나는 음악 틀며 운전했다. 팔십년 대 유행했던 댄스음악이다. 타잔보이, One Night In Bangkok, Yeti, 호! 빠아안츠 빌라 ♪♩♫♬♭♐ 신나게 달렸다. 지나는 산과 들판과 고가도로와 터널을 뚫을 때면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으니 단 몇 시간 이렇게 간다지만 임진왜란 당시에는 어떻게 이 강산을 뚫어 이십여 일 만에 한성에 도달했을까! 그것도 전투를 벌이면서 말이다.
詩
양 길가 망울망울 봉곳한 잎새
바람에 고이 잠든 봉곳한 잎새
오늘도 일어날 듯 봉곳한 잎새
하늘만 바라보는 봉곳한 잎새
사동, *** **형님께서 오셨다. 두어 시간 앉아 얘기 나누었다. 앞으로 일에 관한 것과 등단에 관한 얘기, 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건강에 관한 얘기도 있었는데 형님께서는 당뇨가 있다고 했다. 나는 에스프레소 한잔 마셨는데 몸에 기가 없어 그런지 떨렸다. 영주 다녀오면서 차에 놓아두고 마신 커피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다녀와서 드립 한잔을 더 마셨다. 압량에 머물면서 또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셨는데 카페인 때문인가 하며 생각하기도 했다. 아닐 거야! 최소한 커피는 당뇨에는 좋다고 하잖아! 어머님은 당뇨로 벌써 발가락 두 개를 잃었다. 굳이 삶에 대한 집착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일찍 갔으면 하는 바람도 없다. 오로지 민폐 없는 삶이었으면 하는 생각분이다. 갑자기 그 생각이 지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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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