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3月 20日
아침에는 흐렸는데 정오쯤 지나 쾌청했다.
아침 사동 출근했을 때다. 아주 말간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내렸는데 어디선가 새소리가 나서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 돌려 보았다. 간판 대 위였다. 새 세 마리 묶어 올려놓은 솟대 위에 산새 한 마리 날아와 앉았다. 9시쯤 개장했는데 본부 일로 자리 옮길 때까지 앉아 있었다.
아침 사동에 인부 한 명이 왔다. 아래 비 내릴 적에 창틈으로 빗물이 흘러나와 바닥에 고일 정도였는데 시공사 쪽에 전화 넣은 바 있었다. 창을 보았는데 알루미늄 통으로 된 창틀이 아니라서 빗물이 샐 수도 있다고 했다. 옥상에 올라가 바닥이 약간 금 간 것도 확인했다. 다시 수일 내로 와서 보수공사를 하겠다고 했다.
목련 꽃 망울망울 꼬잡게 핀다
맘껏 햇볕 받으며 더럽게 핀다
자가 꽃샘바람도 잊었는갚다
이 속도 흠 많아서 자꾸 피 난다
오후 기계설치 다녀왔다. 대구 대덕문화전당 앞에 두 평쯤 되는 구멍가게다. 주인은 B 업체 이 사장이다. 에스프레소 기기와 제빙기 그리고 다수의 초도물량을 챙겨 갖다 드렸다. 가게는 정말 차 한 대 주차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었는데 한 사람 들어가면 딱 맞을 공간이다. 이 공간을 허가받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며 말씀을 주신다. 그래도 관련 보험은 다 넣으셨다는데 경제적 공간으로 이것만 한 것은 없지 싶다. 더구나 그 앞에는 앞산순환도로라 반대쪽으로 건널 수 있는 구름다리가 놓였으며 바로 몇 발짝 더 가면 문화회관인데 그 공간을 한 시간 천원이면 대여받을 수 있다고 했다. 문화행사를 자주 연다면야 커피도 꽤 팔릴 것 같다. 한 달 임대료도 많지도 않았다. 아무튼, 건승하시길 바란다며 인사를 드렸다.
이 사장은 한 번씩 뵐 때마다 사업적 얘기에 늘 골몰하신다. 오늘도 돌에 관한 얘기를 하셨는데 그러니까 문경에만 나는 돌인 갚다. 마치 번개탄 크기만 한 데 번개탄처럼 구멍도 뚫었다. 이 돌이 몸에 좋은 이유를 설명하시는데 예전 약 장수 보듯 또렷하게 얘기했다. 그러니까 물이 이 돌을 통과하면 알칼리성 물이 된다고 했다. 알칼리성이 몸에 좋다는 거다. 나는 무심코 그 설명을 듣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물이 통과할 것 같지는 않았으나 번개탄처럼 구멍을 뚫었으니 거기로 통과하는가 보다며 속으로 생각했다. 사업가로서 관련 상품 개발과 판매에 주력하시는 모습을 뵈니 참으로 근면 성실한 분이 따로 없음이다. 어떤 상품을 하나 개발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그것을 상품으로 출시될 때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아무리 커피 일이라도 비용이 안 들어가는 것은 아니니 CI에서 포장까지 그 속의 내용물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는가 말이다. 아무튼, 미수금이 빨리 회수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커피 예찬 4
한 사발의 커피는 그 어떤 국 국물보다도 시원하다. 마실 때 피어나는 향은 여느 냄새보다 나으며 원초적이며 말초적이라서 본향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 그러므로 한 잔의 커피는 눈빛부터 사로잡으며 순간 수천의 군중 앞에 선 기분으로 가슴이 먼저 뛴다. 이때, 유관순 누나보다도 더 선동적이어서 걸으면 힘이 들어가고 말을 하면 더듬거리지 않으니 스타는 아니지만, 스타와 같은 자태를 갖게 한다. 무엇보다 한 잔의 커피는 물보다 겸손해서 내면의 감정을 안으며 내부 어디든 닿지 않은 곳이 없어 중압감으로 쌓인 피로를 나르는데 수천수만 승의 수레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러므로 몸 가볍기로는 종이 한 장보다 낫고 머릿속 맑음은 가을 하늘 보는 것과 같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이만한 때도 없으며 뭐든지 새로 쌓는 희망이야말로 어찌 가슴에 닿지 않아서 두 손 끝에 전율이 일어나지 않을까!
사동에 머물 때였는데 강 선생께서 오셨다. 기존의 가게 인수하는 과정이 아주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초췌한 모습이었다. 내일 수류 손성태 선생의 시집 출판기념회를 갖기 위해 현수막을 걸었다. 낮은 조용했으나 밤에 여러 손님이 오시어 마감이 늦었다. 자정을 넘겼다. 본점에서는 얼마 전에 교회 내 도자기업체를 이끄는 이 씨가 와서 자정이 넘도록 교육을 받고 있었다. 오 선생께서 수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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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