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3月 24日
아주 맑았다.
아침, 본점을 열고 사동 가려고 차에 탔다. 앞유리에 새똥이 폭격 맞은 것처럼 묻어 있었다. 하늘 나는 것들은 예의가 없다. 밑에 무엇이 있는지 분간도 하지 않거니와 굳이 신경 쓸 이유가 없듯 시원한 용변만이 그들의 일이다. 높은 곳에 앉은 사람일수록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다. 똥은 거저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동, 마당가에 심은 벚나무 꽃망울이 아주 물오를 대로 올랐다. 봉긋하다.
詩
벚꽃이 피려한다 꽃망울 굵다
햇살 이리 따뜻해 곧 터지겠지
꽃잎이 나비처럼 하얀 꽃잎이
새처럼 망토처럼 벚꽃 잎처럼
내일 기계설치 일로 정수기 업 하는 동생을 본점에서 보기로 했다. 본점 인수인계차 오신 최 선생이 와 있고 실습생 이 씨가 와 있고 강 선생이 본점 바(bar)에 있으니 화원이 따로 없었다. 모두 나이가 비슷하며 여자 나이로서는 가장 예쁠 때다. 모두의 얼굴빛이 각기 다름을 느꼈다. 글로 쓰기에는 석연찮으나 곧 창업으로 나서는 분이 있는가 하면 본점의 일을 맡아 해야 할 분도 있으며 마냥 실습으로 오신 분도 있었다. 그러니까 가파른 절벽 길 걷듯 걸어야 하는데 지금은 절벽에 있으나 잘만 걸으면 정상에 서서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음과 아래의 너른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음이다. 따스한 봄날 유채밭에 가족과 함께하는 것인데 어쨌든 여름은 오고 계절은 바뀌어 간다. 지나간 버스만 바라보며 서 있으나 마냥 탈 것도 아닌 오히려 버스를 더 안타깝게 바라보는 것과 같으나 걸어도 집에는 갈 수 있으니 무엇이 그리 걱정일까 마는 운동도 이런 운동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집으로 간다. 집은 쉬는 곳이다. 언제쯤 우리는 집으로 갈까!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꿈다운 꿈을 꿀 수 있는 곳 그곳은 집이다. 하루 노동이 빡빡하면 뜻밖에 몸은 더 잘 풀 수 있다. 그러니 꿈은 현실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있는 것도 맞는 말이다.
정오쯤, 오 선생은 시지, 애견카페 사장과 면담을 했으며 교육 일정을 잡았다. 오후 두 시쯤 본부에서는 내일 들어갈 기계를 시험운전 해보았다. 수도 직결하기 위한 닛볼에다가 테플론테이프를 칭칭 감고 기계와 연결한다. 물을 공급하고 전원을 넣고 물을 데운다. 한 삼십 분쯤 지났을까! 기계가 제대로 운행이 되는지 확인한다. 역시, 한쪽 밸브에서 버튼은 먹지만, 물 나오지 않았다. 새 기계 열에 한 대쯤 있을 듯한 현상이다. 이탈리아에서 잘못된 기계를 수출한 것이 아니라 그쪽에서 시험 운전하며 보내는 데, 말하자면 물 때 같은 것이 미세한 구멍에 막혀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솔 밸브를 뜯고 그 밸브 안에는 육각 볼트가 있는데 지름이 약 5mm쯤 되지 싶다. 그 볼트 중앙에 바늘구멍 같은 게 있는데 그 구멍이 막혔다. 이것만 보더라도 에스프레소 기계가 얼마나 정교한 것인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이 구멍을 뚫어야 한다. 미세한 구멍을 어떻게 뚫을까 고민할 필요는 없다. 거저 에어 컴프레샤만 있으면 확! 불면 퍽 뚫린다. 다시 조립해서 물을 넣고 전기를 넣고 물 데워 버튼을 누른다. 정상 운행을 볼 수 있었다. 기계설치가 급하다고 해서 현장에서 일하면 정상 운행이 되면 다행이지만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면 난감하기 그지없다. 그러니까 출고하기 전에 미리 손보며 간다.
화장실에서 싹싹 낯짝 씻고 내 머무는 골방으로 들어가 거 할 터인데 띠리링 전화 울려 받으니 모 치과 경리부 아가씨였더라 목소리 낭창 하기로서니 한마디씩 또박또박 고양이 발자국 놓듯 했는데 듣자하니 율무차 버튼을 눌렀는데 율무는 나오지 않고 빈 컵만 떨어졌다더라 아무 소리하지 않는 내부에 그 속을 빠끔히 들여다보며 누르지 말아야 할 버튼을 또 눌러서 확인함에 물은 물대로 율무 가루는 율무대로 콸콸 쏟아졌는데 구토도 이런 구토는 없을 터 거저 바라보기만 했다더라 누르지 말아야 할 버튼을 재차 눌러 확인해 보니 물 내려보내는 고무호스가 떨어졌으므로 한쪽은 걸쳐져 있고 한쪽은 덜렁덜렁했는지라 국 따로 밥 따로 하듯 제각각 놀고 있다더라 전화로 낭창하게 애닮은 것도 없고 당연시하며 한마디 툭 던졌는데 내일 얼른 와달라더라 가만, 생각다가 내일은 기계 설치가 있고 확답하기 그렇고 해서 오후 늦게나마 들릴 수 있으므로 그때 보자고 했다.
압량에 머물 때였다. 오늘로서 두 번째로 본 손님이었다. 그간 손님이 없었으므로 실은 반가웠다. 카푸치노라고 툭 던졌는데 나는 얼른 우유를 꺼내고 피처에 담고 그 우유를 가르며 데우다가 찌직찌직 하는 소리에 그만 전율이 일었다. 그간 전율 같은 것은 없었으므로 이 어휘사용은 가당치도 않은 것이다. 하지만 몸이 떨린 것만은 사실이다. 시럽을 넣으시느냐고 물었더니 오늘 피곤하니까 듬뿍듬뿍 넣으란다. 시럽을 들고 한 바퀴 죽 둘러치며 데운 우유를 부었더니 하트가 생겼다. 컵 뚜껑을 닫았으니까 하트를 볼 수는 없게 되었다. ‘전에는 인터넷으로 커피를 샀죠. 그런데요 여기서 사다 마시고는 정말 커피 맛 틀리더라고요. 예가체프 하나 주세요.’ 짧고 굵은 목소리로 ‘네’ 했다. 그러고는 건물을 얘기했다. 이런데 이런 카페가 있을 줄은 미처 몰랐어요. 그러니까 건물이 특색이 있는데 말입니다. 그러고 그 손님은 갔다. 뭐지? 건물을 원하는 건가! 그냥 줘 아니야 맞아 커피는 부수고 카페가 목적인데 이런 조그마한 카페는 하나의 로망스니까!
이론 이틀째다. 카페 상호, 로고, 레트링, 슬로건과 사업설명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최 씨는 오늘 직장 일로 마음이 편치 못했다. 이유를 들은즉슨 단골께서 사용하시는 언어가 불쾌했는데 정중히 거절했지만, 오히려 뜻을 잘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아 내심 안 좋게 여겼다. 나는 도로 위로하며 처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상대에게 존대하며 내 뜻을 바르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 같은 것인데 그러고 나니까 마음이 풀려 교육을 더 진행할 수 있었다. 교육 끝나고 독서에 관한 얘기가 있었다. 책을 전혀 안 좋아한다는 사람보다는 낫다. 책을 가까이하려는 자세가 보였고 어떻게 하면 더 잘 볼 수 있을지 관한 질문 같은 것인데 무작정 읽으시라 했다. 습관이다. 그러니까 습관을 만들어야겠다.
밤은 아직 차다. 밤은 따뜻한 난로가 있다. 밤은 홀로 앉아 먹지 못하는 밥알 센다. 젤 굳은 밤은 붉은 눈 보며 거문고 뜯는 소리 듣는다. 젓가락 같은 밤은 삐딱한 모자 쓰고 잡을 수 없는 하얀 마시멜로 먹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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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