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3月 26日
오늘도 아주 맑았다.
강 선생은 사업자 등록에 관한 여러 일로 본점 출근이 늦었다. 그러므로 사동에 금시 갔다가 본점으로 다시 들어왔다. 지난주 드립 교육 등록하신 분 있는데 오늘이 마지막 교육이다. 케냐로 시범을 보이고 커피 한 잔 하며 글과 커피를 얘기했다. 원래 이 교육의 목적은 시문학과 드립이니까! 그렇게 푼 것이다. 시라고 별다를 게 있겠는가마는 어제 적은 일기를 찬찬히 읽어 드리며 글 쓰는 요령이라면 어떤 것이 있으며 그 실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드립 한 잔씩 번갈아 가며 뽑고, 나의 첫 시집 ‘카페 조감도’에 있는 시 ‘커피 12잔’,‘커피 50잔’을 읽고 풀이했다.
봄나물 따로 있나 양푼이 놓고
여린 배추 뜯어서 찢어 놓으니
간장 참기름 넣고 고추장 넣어
상큼한 봄 비빔밥 맛만 좋아라
먹고 사는 일, 별 것 있을까마는
이 자연 벗 삼아서 마음 편하면
부귀영화 천수도 부럽지 않아
세상사 이리 살면 얼마나 좋아
점심과 저녁을 집에서 먹었다. 아내가 어디서 얻어 온 건지는 모르겠다. 여린 배추와 상추가 있어 이것을 양푼이에 쫑쫑 쓸어 넣고 참기름 한 방울에 초고추장 넣고 석석 비벼 먹었다. 밥은 과하지 않게 한 주걱 넣었으니 한 공기 조금 못 되겠다. 달걀부침 하나면 진수성찬 따로 없다. 임진왜란이나 625동란에 비하면 정말 진수성찬 아닌가! 출출하기가 이른다고 과자나 군것질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소화불량에다가 이른 봄날에는 몸까지 데니 오히려 약간의 허기가 하루 버티는 데 제격이다. 욕심을 내서는 결코 아니 된다.
오후 몇 군데 주문 들어온 것은 서 부장께 맡겼다. 혼자서 다녀보게끔 맡겼다. 진량에서 사진 몇 장 전송했는데 그라인더 앞부분이 파손되었다. 당장 부품이 없으니 신청을 넣고 나중에 수리해 드리기로 했다. 서 부장 배송 끝나고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 함께 모 치과에 다녀왔다. 아래였다. 수리부탁이 들어왔었지만, 어제 바빠서 가지를 못 했다. 오늘 들러서 기계를 보니 율무 쪽 내려보내는 물관이 부러져 있다. 사무실 중고 기계가 있을 것 같아 내일 다시 오기로 했다. 치과는 늘 만원이다. 여기 오신 손님을 제외하면 대부분 여자 분이 일한다.
사동에 급히 일이 생겼다. 은행 근무하시는 전무님 소개로 사업가 한 분을 만났다. 공장을 운영하시는 여 사장이시다.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니까 책을 내는데 비용이 얼마나 들며 그 과정은 어떻게 밟는지에 대해서 말씀을 나눴다. 그러니 정녕 책을 내고 싶은 분은 따로 계셨다. 모두 함께 식사하시고 오신 거였는지 차에서 잠시 쉬고 계셨다. 식사 때 드신 반주 때문이었다. 이야기가 다 끝난 상황에서 이 사장께서 함께 오신 분을 모시고 들어오는 거였다. 여자 분이셨는데 모텔 사업을 하셨다. 명함에는 모모 모텔이라 분명히 했으며 사회 여러 단체에 회장과 부의원장 등 직책도 가지고 있는 분이었다. 용안은 온화하였으며 말씀도 그리 빨리하시는 분이 아니라 성품 또한 너그러운 분이셨다. 몇 마디 크게 나눈 것은 없었지만, 첫 대면은 나쁘지 않았다. 가실 때 직접 쓴 책과 시집에 서명하여 선물했다.
자정, 예전이었다. 대학 다닐 때 용돈 벌이한다고 막일 할 때였다. 하루는 화장실 타일 떼는 작업을 한 적 있다. 건물은 내부 수리였는데 그 화장실은 족히 10년은 사용한 거로 보였다. 정과 망치를 들고 한 장씩 떼어내는데 그렇게 단순하며 쉬운 일이라 생각한 것도 해보니 어려웠다. 붙이는 것도 어려우나 떼는 것은 더 어려웠다. 더욱이 군데군데 떼어낸 곰보 자국은 보기가 흉했다. 자꾸 이 일이 생각나는 것은 삶은 타일이기 때문이다.
시
물 곁에 어리는 하늘빛
이는 물결 따라 구기는 하늘,
바람은 인장 같아서 아무것도 찍지 않은 인장 같아서 긁은 것도 비빈 것도 없는 좀체 찢을 수도 없는 그렇다고 콱 파묻은 것도 없는 하늘빛
물 곁에 어리는 그 하늘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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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