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4月 06日
사동에 일하는 종희와 실습생 이 씨께 함께 일해보자며 부탁했다. 곧 입대하려는 박 실장 후임을 정하지 않을 수 없기에 부탁했다. 종희는 아직 학교 다닌다. 한 학기 남았다. 실습생 이 씨는 시지에 살지만, 밤에 근무하는 것이 아직은 못마땅하다. 그리 급한 건 아니라며 차차 생각을 해보자며 얘기했다.
백천에 다녀왔다. 엊저녁에 전화가 왔었지만 일 바빠서 가지를 못 했다. 백천은 사동에서 아주 가깝다. 조감도에서도 불과 10분 거리 채 되지 않는다. 점장과 커피 한잔 했다. 가게가 이번 달 20일까지 할 수밖에 없다며 얘기한다. 그러니까 다른 업종으로 점포 매매하였다. 백천은 약 14평 정도 되는 아주 작은 카페다. 왕복 팔 차선 대로변에 위치해서 테이크아웃비중이 높았는데 이 년 전 강변에 이 층짜리 카페CC가 들어온 이후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도로변이라 주차단속이 심한 데다가 카페 규모가 작아서 단체손님은 대부분 강변 쪽으로 많이 뺏겼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 건물 주인장께서는 세까지 올렸다고 하니 근 몇 달은 망연자실하게 보냈다. (여기 한 달 세 백이십만 원인데 주인장께서는 백오십만 원으로 올렸다, 하루 매출 십만 원 안 되었다) 아무튼, 경쟁에 가게를 내놓았지만, 그간 팔리지 않았다. 적자 감수하며 여태껏 경영을 해왔었지만 다른 업종이 옆집 가게와 함께 인수하게 된 것이다.
점장께서는 밝은 얼굴이었다. 오늘 보자고 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내부 기계와 기자재를 어떻게 했으면 하는지 조언을 듣고 싶었다. 기계와 기자재 몇 종류는 본부에 다시 가져가겠다고 했다. 의자와 테이블도 본부에 입고한다. 천정 형 에어컨은 떼는 것만도 비용이 들지 않겠느냐며 했는데 내부 공사 맡는 장 사장은 중고가격으로 담은 얼마라도 챙겨드리겠다고 한다. 약 이 주 정도는 그간 고객께 감사한 마음에 남은 재고를 염가로 판매하겠다며 보고 하신다. 주위에 다른 분점이 몇 있지만, 큰 영향이 안 가게끔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 점장은 커피 가격에 관해서 한 말씀 주셨다. 대기업체는 사천 원이고 오천 원이고 판매하는데 아무런 불만이 없는듯해도 우리는 삼천 원 받는 것도 고객은 불만을 토로했어요. 규모가 작고 영세업자라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우리나라 사람은 아주 큰 업체는 그냥 넘어가는 경우는 많아도 우리같이 작은 가게는 불만을 쉽게 말하는 것 같아요.
백천은 근 신도시나 다름없는 곳이다. 백천 사거리에는 경산에서는 제법 큰 종합병원, 중앙병원이 자리하고 그 기점으로 북으로는 대구 시지 범물, 안심으로 빠질 수 있는 월드컵대로가 있고 동으로는 대구한의대, 자인공단, 용성, 청도로 빠지는 남성현 도로가 있다.
커피 예찬 8
장자의
나비처럼
꿈꾸는
기방
퍼뜩 깨치면
여적
좁은 장자방
이슬처럼
폭 젓는
까마귀 날개
덧없이
거꾸로 산
자욱한 안개
정평에 다녀왔다. 서 부장과 함께 갔다. 에스프레소 그라인더와 와플기기 설치했다. 옛 점장 계시고 옛 점장 오빠 있고, 세빠 있고, 손님 있고, 어느 교육생 한 분 있었다. 정평 카페역사는 한 육 년쯤 됐다. 내부공사는 경산 사람인 이 씨가 했다. 전에 여기서 우드(우드 테일러스 줄여)카페 사장님 뵈었지만, 카페가 예쁘다는 말씀을 아끼지 않았으며 오늘 세빠도 카페 내부공사를 누가 했느냐며 묻는다. 아담하고 작고 예쁘기 때문이다. 세가 다른 곳보다 작아 운영하기에 큰 부담이 없다. 이곳 주인장은 이제 강 선생이 되었다. 강 선생은 본점에서 한때 교육을 담당하기도 해서 카페 이끄는 능력이 남달라 경영을 제법 잘하리라 본다. 물론 오늘 여기 그라인더 설치하기에도 미안할 정도로 바(bar)는 분주했다. 옛 점장, 손 씨 있었고 교육생 모 씨 있었고 강 선생까지 있었으니 바가 안 그래도 작은 데 사람이 꽤 많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오시는 손님도 여러 가지로 바쁘게 보이는 주방 모습에 하나같이 궁금했다. 지나는 사람도 뭔가 싶어 들리기도 했는데 영업이 예전보다 잘 되는 듯해서 마음이 꽤 놓였다. 기기 다 설치해놓고 커피 한잔 마셨다. 옛 점장은 꽤 걱정 어린 눈빛이었다. 가게는 팔아도 일은 해야 해서 그 판 자금은 밑천이어야 함으로 걱정이었다. 문 열며 나가는 데 아주 애처로웠다.
압량에 머물 때 몇 군데 주말 인사로 문자 보냈다. 그중 한군데서 커피 주문 받았다. 화원에 카페 하는 후배다. 바꾼 간판을 사진 찍어 전송한다. 이달 중순쯤 개업식 한다. 개업식 끝나고 소주 한잔 사겠다고 한다. 교육생 최 씨께 드려야 할 책이 왔다. 꼭 읽으시라는 뜻에서 서명과 간단한 조언을 썼다. 오늘은 손님 띄엄띄엄 오셨다. 아메리카노 손님 몇 분, 볶은 원두 사신 분도 한 분 있었다.
자정, 본점장 성택 군 드립 한잔 내린다. 탄자니아다. 커피 한잔 마시니 오늘 날씨처럼 눅눅한 기분이 든다. 나는 어쩌면 장타보다는 단타가 어울리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리 짧은 내가 롱런하고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난다고 했다. 절 없으면 중도 꽤 힘들다. 예전 부산에 창업했던 모모 스님이 생각나는 저녁이다. 스님은 절만 두 개다. 수도승이란 도 닦는 승려다. 도 닦는 중이 어느 절이든 싫어서야 되겠나! 인생, 여기가 싫다고 마땅한 자리가 있을까 말이다. 이승에서의 삶도 바르지 못하고 이겨내지 못하는데 어찌 저승에서 바른 삶이 있겠는가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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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