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3月 30日
맑았다.
기아자동차 서비스 센터에 또 다녀와야 했다. 이번에는 ISG 기능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주행 중에 자동차가 서면 엔진이 정지하는 기능이다. 부동액 관련 부위 수리하고 나서는 이 기능이 말을 듣지 않았다. 센터에 들어가 원인을 물으니 배터리 초기화 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을 수행하려면 차가 주차해놓은 상태에서 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오후, 본부에 반나절은 세워두었더니 압량 갈 때는 ISG이 기능 제대로 작동되었다.
어느 종이든 펼쳐 쓰며 보아라
삶의 철학 까맣게 세워 굳으니
하루가 진정 짧다 어이 말하까
들인 공력 쌓은 덕 이루 펼치니
본점에서 창업 상담했다. 삼십 대 후반쯤 되는 남자 분이었다. 한 분은 결혼하신 분이었고 한 분은 아직 미혼이다. 결혼하신 분은 얼굴이 참 좋아 보였다. 미남이었는데 이야기할 때 자꾸 웃음을 잃지 않아 내내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하는 생각과 나를 잘 아는가 하며 생각했다. 이런저런 대화 나누다가 한 다리 걸쳐 알기는 아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뭔 큰 잘 못 한 게 없는데 괜한 주눅이 들었다. 한 분은 말을 제법 더듬는다. 이야기 끝까지 들으니 조금 답답함도 없지 않아 있었다. 지금은 용인에서 직장을 다니지만, 커피 업을 제대로 하고 싶은 욕망이 보였다. 오늘도 긴 시간을 할애하여 상담했지만, 이 상담이 어찌 내가 궁금한 것에 양이 차겠는가!
토요문화 강좌에 늘 오신 분이었다. 오늘 카페에 오셔 내일부터 정식교육을 함께하겠다고 했다. 어느 시장을 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지식과 지혜를 가져야 한다.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는 내가 원하는 시장을 잘 볼 수 없다. 커피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다면 기회도 보이기 때문이다.
전에 토요문화 강좌 때 오신 분이었는데 건물을 꽤 짓는 분이었다. 아주머니 두 분, 나 많은 어른 한 분, 오셔 본점에서 자리 함께했다. 바닥과 측면, 시공에 관해 궁금한 게 많았다. 벽돌 쌓은 것도 그렇고 천장 단열 처리 마감도 아주 궁금했다. 꼼꼼히 내가 한 일을 설명해 드렸다. 강좌 때 나는 이런 말을 했다. ‘대학이 좋아서 대학을 떠나지 못하고 아직도 맨 도는 사람입니다.’ 했더니 오늘 오신 분도 우리도 아직도 돌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모두 선배님쯤 된다.
화원에서 사업하는 후배가 찾아왔다. 아메리카노 용 원두를 세 봉 필요해서 샀다. 여기까지 오는데 날이 꽤 더웠다고 했다. 이제 곧 있으면 여름이겠지! 후배는 간판 시안을 보여준다. 로고와 상호를 보았을 때, 나는 갑자기 원피스가 생각났다. 바다 위, 수많은 해적들 그 가운데 꿈의 바다를 행진하며 세계 최고의 해적 왕이 되겠다는 몽키 디 루피가 생각났다. 커피, 수많은 업체가 군림하는 세계에 이제 갓 바다를 행진하며 나아가는 후배를 보고서 말이다. ‘선배님 홍시 주스 한 번 해보세요. 요즘 잘 나갑니다. 홍시는 청도에서 배송 받을 수 있는데 씨도 없어서 한두 개 넣어 시럽 조금 넣으면 맛있는 주스가 됩니다.’ ‘아! 그렇군요.’ 후배는 친절히 홍시를 담은 캡 사진 한 장 카톡으로 전송한다.
은행에 다녀왔다. 마침 전무님 뵈어 인사드렸다. 전에 카페 오신 분에 대해 말씀 나눴다. 모텔 하신다던 그 아주머님은 100억대 자산가라고 했다. 나는 전무님 말씀 듣고는 좀 놀라웠다. 전무님은 말을 계속 이었는데 돈이 어느 정도 모이니까 돈이 돈을 불리는 것 같다며 한 말씀 주신다. 나중에는 하나도 부럽지 않아요. 오히려 이 사장님 더 부럽습니다. 마음이 풍부하잖습니까! 하시는 거다. 호! 모르는 말씀이다. 이왕이면 100억대 자산은 아니더라도 빚이라도 없었으면 하는 마음은 좀 있다. 이것도 욕심일까! 하지만 카페에 만난 그분은 직함도 여러 있었지만, 돈 쓰지는 않을 거라며 한 말씀 주신다.
꽁트 1
우리 인간은 항상 현실을 살면서 꿈을 그리며 현재를 살면서 미래를 생각한다. 남자이면서 여자의 마음을 그리며 여자이면서 남자가 그리운 것은 당연지사다. 아직 오지 않은 저 세상을 두고 너무 많은 고민을 하는 것도 현실에 맞지 않으나 그렇다고 방탕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주위에 죄가 된다. 추운 겨울이 가니 벚꽃이 핀다. 오늘은 벚꽃 핀 거리를 잠시 걸었다. 내가 머무는 곳에서 은행까지는 걷기에는 조금 먼 거리지만 천천히 걸었다. 그러니까 오후 네 시쯤이었다. 가로수로 심은 은행나무는 아직도 가지마다 봉곳하다. 아직도 집 지을 공간이 많이 남아서 건설 인부들이 보이고 레미콘 차량이 드나드는 것도 보인다. 걸으면서도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러니까 아까 만난 사람들 말이다. 모두 커피 일로 오신 거였지만, 모두 일은 해야겠기에 그렇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 내 마음에 꼭 맞는 일을 하고 싶은 거다. 마치 어느 계절에나 관계없는 내 몸에 잘 맞는 옷 같은 것이다. 내 몸과 크기가 다른 옷을 억지로 입을 수는 없듯 일은 손에 맞아야 한다. 또 그 일이 정말 하고 싶다면 배워야 한다. 내 몸에 맞는 맞춤옷을 해 입듯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내 몸을 갈고 닦는 일이 먼저다. 어느 일이든 일은 분명히 일이다. 그러니까 쉬운 것이 없으며 행하면 땀 뻘뻘 나며 갖은 운동도 일만 한 것은 없다. 하지만 이 일이란 것은 아무것도 아닌 거라면 별 대수롭지 않은 것이 되며 이 별 대수롭지 않다고 해도 우리의 마음을 안정시키며 내가 살아 있음을 일깨우기도 해서 그 어떤 종교보다도 낫다.
하루 빡빡하게 살아보라! 그날 잠자리가 어떤지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유로운 생활보다는 조금 부족한 생활이 오히려 사람답게 사는 길을 안내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점포를 계약하든 건물을 짓든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에 거두어들이는 잠정적 수익을 미리 지급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만큼 내가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일의 대가를 미리 냈다고 해서 두려워하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 마음이 일해낼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할까에 문제지 돈이 아깝고 안 아까운가에 문제는 아니다. 일은 결코 두려워하는 대상은 아니다. 내가 능히 해낼 수 있는가 못하는가에 문제다.
그러면 그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은 누구인가! 흔히 말하는 전문가다. 전문가란 별다른 게 없다. 최소 그 일을 몇십 년은 한 사람이다. 전문가의 말에 따라 잘 따르면 나도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전문가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은 사람이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고 해서 모든 일을 잘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거저 남보다는 조금 더 안다는 것뿐이다. 안다고 해서 행하지 않는 것보다 모르더라도 행하는 사람이 늦어도 길은 곧다. 그러니 내가 경험이 많다고 해서 고객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항시 현재 그 시점을 보고 고객의 마음 따라 결정하는 것이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은 반복이며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최고다. 어찌 보면 간단하다. 그 간단한 일을 두고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한다. 생각은 적당히 하는 것이 좋다. 거저 마! 하면 된다.
커피 예찬 7
천 년쯤 아니 백 년쯤 되는
잉어 한 마리 좋네
까만 바다 아니 까만 못에 하얀
잉어 한 마리쯤 말일세
백년도 못 살다갈
이내 배에 폭 젖는 이 물을
받들며 가는 것 말이야
잉어는 매일 같이 튀어 오르네
마치 하루살이처럼
오며 가며 언제나 증발하고 말지
비석 같은 잉어는
꿈이네 꿈처럼 왔다가 가네
백 년쯤 되는 잉어 한 마리 호!
하루가 멀지 않고 구석구석 누비네
그러니 어쩌겠나!
오늘도 그 튀어 오르는
잉어 한 마리 잡지 못해
몽상가처럼 구름을 외며
뻥 뚫은 배로 강처럼 가고 마네
지우개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아 오늘도 그는 여지없이 나를 확인하려고 했지! 거참, 나는 골방에서 또 하나의 작소를 읽고 있었네만 출출한 내 속이 문제였어! 지우개 하나 드릴까요? 호! 좋지 그렇지만, 문자만 보내고 아무런 응답이 없었던 거야! 한참 지났을까! 나는 책 몇 권 들고 노트에 이동했네!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들고서 말일세! 정부에서 보낸 쪼가리도 들고 갔었지! 나는 얼른 놓고 가려고 했던 거야! 호! 근데 말이야, 지우개를 들고 가라고 하는구먼! 아주 초췌한 모습이었어! 그러니까 밤새 잠을 자지 못한 사람 같았어! 나는 까만 소파에 잠시 앉았지 ‘지우개 나왔습니다. 칠천 원입니다.’ 하며 한 마디 뱉는 거야! 돈이 없었어! ‘달아 놓을까요.’ 하는 거야! 나는 싱긋이 웃었지. 그가 따라준 지우개를 마시며 내 머릿속 하얀 그림자를 하나씩 지우고 싶었어! 밤은 그렇게 따뜻한 별빛만 보며 새벽을 기다릴 거야! 자, 그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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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