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2月 23日
맑았다.
오전, 본점에서 강 선생과 상담했다. 요지는 창업이다. 그간 본점에 오래 있었던 것도 이유라면 이유며 더 늦지 않게 나의 일을 직접 실현하고자 하는 의욕도 있었다. 강 선생은 이미 대구에 자가 건물이 있는데 그 건물 1층에 커피전문점이 입점해 있다. 상호가 ‘카페 디아*’이다. 실은 카페 **몽 창업과정도 강 선생의 적극 추천으로 크게 도움을 드린 바 있다. 지금 생각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리며 영업도 꾸준히 잘하고 있다. 자가 건물이지만, 이미 영업하는 상황이라서 또 경제적 이점을 고려하여 임대로 두기로 했다. 훗날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강 선생은 아무튼 커피에 관한 좋은 기술을 가진 셈이다. 본점에서 교육과 배송과 메뉴와 메뉴개발 어느 것 하나 안 갖춘 게 없다. 강 선생이 나가면 본점 손실도 적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한 사람을 가르치고 자리를 보전하게 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기에 그렇다. 그간 경기 운운한 나도 방학 기간 본점 매출의 급격히 떨어진 것도 실은 직원들께는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더욱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지만 알게 모르게 더러 나는 감정은 숨길 수 없다. 모두가 꽤 힘들었을 것이다.
밀양에 커피 배송은 서 부장이 다녀왔다. 나는 한학촌에 주문받은 블랜드(믹스기) 기계 견적서 작성과 작성한 견적서를 직접 가져다 드렸다. 준비되는 대로 설치해 달라고 했다. 그간, 스무디 관련 메뉴는 하지 않았다. 이제 곧 여름이 다가오면 많이 찾을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가끔 찾는 손님이 많았다. 기계가 없어 관련 메뉴를 하지 못했다.
정평에 에스프레소 기계를 설치했다. 전에 토요 문화강좌에 오신 분이었다. 자기공예업자였다. 설치하기 며칠 전에 현장에 답사로 다녀왔는데 설치환경이 맞지 않아서 몇 가지 부탁했다. 기계 놓을 수 있는 상판이 있었고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정수기 시설도 해놓았다. 정수기 업자가 와서 연결해놓으면 다시 전화 달라고 했다.
田
봄은 아직도 멀어 꽃샘 추위라
샘이 작아서 물은 여적 얼었네
꽃이 피면 봄이라 만물은 좋아
돌고 도는 세상사 웃음꽃 피네
오후, 압량에서 서애 유성룡 선생께서 쓰신 ‘징비록’을 조금 읽었다. 징비(懲毖)라는 단어에 징은 징계하다 응징하다 벌주다라는 뜻이 있다. 그러니까 자기 스스로 과거에 있었던 일을 돌아보고 뉘우치며 경계함을 말한다. 비는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한다는 뜻이다. 징비라는 말은 서애 선생께서 써놓으신 자서에 ‘내가 지난 일의 잘못을 징계하여 뒤에 환난이 없도록 조심한다.’는 말이며 이것이 책을 쓴 동기라며 분명히 하고 있다. 서애 선생의 처지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 당시 정치세력에 중추 대신이었으며 맡은 바 일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그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그리고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 놓으니 후세에 큰 교감이다.
책을 써보고 내보았지만, 정말 책을 쓰는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다. 그것도 공연히 뜬 사람은 얼마나 많은 비평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상은 언제나 한쪽으로 치우쳐 져 있는 경우는 없다.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면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은 법이다. 하지만 씀으로써 중심을 만들고 그것으로 나의 의지를 주장하는 것은 나쁜 것은 아니다. 웬만한 자신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용기가 있어야 한다. 세상은 용기 있는 자가 이끌며 주도해 나간다. 또 그런 지도자가 없다면 어찌 일을 해나가며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나올 수 있을까! 누구든 자신의 파이를 크게 키우며 그 파이를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게 일을 벌이면 나의 역할도 그 속에 증가한다. 일은 무릇 다 그렇다. 이런 용기가 없다면 처음부터 일하려고 들지 말아야 한다. 일은 애초부터 힘들며 지켜나가는 것은 더욱 힘들다.
저녁에 선생님께서 오래간만에 전화 주셨다. 두 아들과 함께 대학 연구실에 다녀왔다. 그간 선생님께서 하신 연구를 커피 한잔에 듣기만 들었지만 보지는 못했다. 커피와 또 다른 식물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았다. 카페인 추출과 추출한 사진을 보았다. 바늘처럼 뾰족하며 하얀색임을 확인했다. 선생님께서 머무신 자리와 옛 추억이 담긴 미국 유학시절 사진도 보았다. 책으로 쌓인 연구실이며 모든 자료는 거의 영어며 영어로 쓴 논문뿐이다. 가끔 자탄하시며 하신 말씀을 들은 적도 있다. 그러니까 한평생 공부만 했다. 어느 사회, 어느 조직인들 예외가 있을까! 조직의 비애를 얘기한 적도 있었다. 미래는 늘 불확실하다.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해 나가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오늘은 쓸쓸해 보였다. 인생 오십 리 반 걸으셨다. 연구 과정은 피나는 노력이다. 하지만 그 성과가 톡톡한 가치를 발하는 것은 바늘구멍이다.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고 또 연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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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