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4月 09日-1
모처럼 햇빛 보았다.
사동 조감도 뒤는 모두 산이다. 문중에서 심은 복숭아나무가 열 맞춰 잘 심어 놓아서 보기에도 좋다. 도화 핀 나무를 보고 있자니 그 열이 얼마나 잘 맞췄던지 사열한 것 같다. 아직 이파리가 무성하게 나온 것도 아니라서 나무 사이가 확연해서 보기 좋았다. 그 옆은 자두나무도 몇 그루 심어 놓았는데 이 꽃은 모두 상앗빛을 띈다. 조감도 뒤는 돌담처럼 석축을 쌓았는데 사람이 몇 발 딛고 올라서기도 쉬워서 가을이면 누구나 자두를 따 먹을 수 있다. 작년에는 조감도 공사하며 더러 올라가 제법 굵은 자두를 따 먹기도 했다. 꽃이 군데군데 핀 모습을 보니 봄은 봄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조감도 둘레로 매실과 살구도 심어놓았으니 올해는 그렇다 하더라도 내년이나 후년은 분명히 씨알 굵은 매실이나 살구를 얻을 수 있겠다.
본점에서 교육할 때였는데 양산에서 올라오신 손님 한 분 있었다. 필자의 책 ‘커피 향 노트’를 읽고 크게 감동하여 오신 분이었다. 올해 나이 서른이며 서울, 유명 제과점에서 약 삼 년 정도 머물러 제과기술을 익혔다. 고향이 제주인데 커피도 배워서 나중은 창업하는 것이 목표다. 양산은 제법 큰 서점이 있나 봅니다 하며 말을 했더니 몇 있다고 했다. 내 책이 다 꽂힐 정도면 서점이 제법 클 거로 생각한다. 나는 읽고 싶은 책은 대부분 책을 통해 알게 되며 어느 지인 통해 알게 되며 신문 보다가 알 게 되는데 이렇게 알 게 된 책은 여지없이 인터넷서점을 통해 산다. 어쩌다가 서점에 가면 내 책이 있는가 하며 둘러보는데 실망할 때가 많다. 책이 없기 때문이다. 다 팔렸든가 아니면 전시하지 않았든가 둘 중 하나다. 그런데 다 팔릴 이유는 없다. 유명 작가가 아니다 보니 책이 어느 구석에 꽂혀 있거나 어딘가 재고로 쌓아 두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대구 영풍문고에 다녀왔는데 커피 향 노트는 서재에 꽂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사진도 전송해 주니 책이 많이 팔리지 않아도 기분은 어찌나 좋던지 정말 내가 살아 있구나 하며 느꼈다. 근데, 얼마 전에 낸 에세이집은 없더라는 것이다. 주인장께 물으니 구석 어느 자리에서 빼기는 뺐다. 그러니까 잘 팔릴 것 같지 않아서 그냥 꽂아 두었다는 것이다. 아내는 구태여 이 책을 끄집어내어 여러 책이 펼쳐놓은 데 그 중 어느 책 위에다가 놓고 사진을 큼지막하게 한 판 찍었다. 그러고는 SNS 마케팅 차원에 카스에다가 멋지게 올렸다. 나는 몰래 기분 좋았다. 표 내지 않았지만 말이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 문제지 지금 우리는 얼마나 평화로운 시대에 사는 것인가 하며 느꼈다. 중국 역사를 읽다가 시대에 많은 영웅이 등장하고 왕조를 설립하고 또한 그 왕조의 병목*을 잘 피해가지를 못하고 망하는 순간을 읽는다. 더구나 5호 16국 시대의 각 왕조의 삶과 변천 과정을 읽으면 참으로 처참한 광경을 많이 보기도 하는데 인간으로서 어찌 저러한 일을 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난폭한 군주들도 꽤 많았다. 국가와 국가 간의 싸움은 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는데 얼마나 많은 양민이 목숨을 잃었는지는 읽지 않으면 어찌 알 수 있을까! 그러니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태평한 것만은 분명하며 이 시대에 사는 것만도 큰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아침 출근하며 본 뉴스지만, 일본은 역사 왜곡에 열을 올리며 있고 중국도 이미 만주 일대의 일어난 국가는 모두 중국의 역사에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니 아직 통일도 못 한 반도국가로 거저 지켜보는 우리는 암담한 길이 아닐 수 없다.
옛 분점에 다녀왔다. 삼풍동에 자리 잡은 카페다. 이 카페는 약 사 년의 역사를 가졌다. 초기 점장은 체인계약 기간만큼 경영을 했으며 그다음 점장도 이 년 가까이 카페를 운영했다. 지금은 이름도 바뀌었고 개인 카페로 전환하여 경영한다. 초기 창업주가 그나마 카페 경영은 오래 하는 편이다. 바뀐 점장은 직접 카페를 디자인하며 수고한 노력이 없어 그만큼 애착은 없다. 삼 개월이면 카페도 알 만큼은 알 게 되니 그다음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까 얼마나 피곤한 일이겠는가! 보통 6개월쯤이면 모두 팔고 싶은 게 점장의 마음이다. 물론 특별히 영업이 잘 되거나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곳은 예외일 수도 있다. 나는 분점으로 운영하다가 이렇게 개인 카페로 돌아서면 그리 마음 편하다. 나의 책임이 떨어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같은 이름이면 모든 것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한 점포를 움직이는 카페 점장이 비전을 잃으면 그 영향은 본점까지 미치니 본점의 영업도 꽤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름이 같은 이유로 대부분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높아 괜한 의존성을 갖는 것도 부담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무슨 일 터지면 쉴 새 없이 뛰어가야 하는데 이는 분점이라는 이유와 본부장의 의무 회피 아니냐는 질책을 피하기 위해서다. 개인 카페로 전환해도 커피는 나가며 다른 부자재와 기타 컨설팅도 모두 다 한다. 하지만 개인 카페 영업의 잘잘못은 논할 바 아니니 얼마나 편한 것인가!
카페 문 열어 이년 경영 원 없네
더는 힘들어서 호! 못 팔아 죽네
그러니까 이태면 커피는 족해
더는 마셔도 맛은 그늘만 깊네
아서라 그래도 마 카페 하자네
할 것도 없고 놀면 돈만 쓰니까
감옥도 옥구슬도 이것만 못해
데구루루 굴러도 내 카페 좋네
*각주: 鵲巢言 병목현상이란 병의 목 부분처럼 좁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왕조의 창업에 있어 창업주에서 다음 세대에 양위하는 과정에 왕권이 급격히 약화하여 왕조의 몰락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말한다. 이것을 보면 조선 태종이 세종으로 양위할 때 얼마나 왕권 강화를 조성했는지 알 수 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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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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