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3月 22日
맑았다. 바람은 그리 심하게 부는 것 같지는 않았으나 바람소리는 유난히 심했다.
사동을 개장하고 아침 바닥 청소를 하는데 예지가 ‘본부장님 우유 섞는 냄새가 나요!’ 한다. 어제 누가 우유 쏟은 것을 닦고 그 밀대를 소독해놓지 않았는가 보다. 예지 말을 듣고 보니 정말 우유 섞는 냄새가 났다. 직원의 일을 조금 도우려다가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흡인력을 갖추고 싶어 한다. 더구나 현대에 사는 우리는, 그러니까 우리가 바라보는 특별한 영웅이란 없는 것 같다. 200년 전의 토머스 칼라일이 이야기했던 영웅 그러니까 일국의 왕이나 성직자, 예술가나 문인들이었으나 요즘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아날로그 시대가 아닌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인간형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세상과 소통할 수 있으며 그 소통이 나를 얼마나 반듯하게 이끌며 새워 줄 수 있는지 말이다.
근면·성실이 아니면 계략과 전술인가! 어느 것도 밑바탕이어야 하며 어느 것도 그렇지만도 않은 세상이다. 그렇다고 시대를 통틀어 보아도 인문의 근본은 변함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한 조직의 지도자는 그 조직을 이끌 수 있는 계획과 목적이 있어야 한다. 명분과 이상과 비전을 제시하고, 흔들림 없는 확고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가난하면서도 귀족적이어야 하며 열정적이면서도 초연해야 한다. 친밀하면서도 거리감이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잘은 못하지만 적당한 웅변력 또한 갖추어야 하며 삶이 쪼들리더라도 유연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말은 없더라도 상대의 눈빛만 보면 그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어야 하며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강렬한 눈빛 또한 갖추어 한다.
아침, 본점에서 곧 창업하려는 강 선생과 커피 한 잔 마셨다.
커피 예찬 5
커피 한 모금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한 사발의 먹물과 같아서 마치 수많은 상상력을 담은 샘물 마신 거나 다름없다. 상상 나라에 닿은 이 한 사발은 물수건처럼 지나간 주위를 묘사한다. 그러니 고무고무 인간, 몽키 디 루피의 팔에 비유가 되겠는가마는 공상을 쓰면 길어졌다가 번뜩 깬 현실에 그만 짧아지기도 하는데 필력은 내공이겠으나 그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러니 빛과 그림자와 선과 면을 뚜렷이 그려나감에 여러 톱날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시계처럼 반듯하며 6기통 엔진과 같이 그 질감과 속도 또한 떨림이 없어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커피 한 모금은 그간 얼었던 동토를 찰방지게 한다. 여느 봄날처럼 뿌리가 기지개 켜듯 해서 전체 시스템에 활기를 불어넣을 뿐 아니라 다소 안정감까지 심으니 가지가지마다 틔운 희망은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음이다.
압량에 머물 때, 고미숙 선생의 인문학 강의를 청강했다. 열하일기를 쓴 연암 박 지원의 삶을 통해 조선후기 문인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알 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문장이 왜 탁월한지 그 당시 고문의 문체에 대항하는 필력이었음을 그 필력이 전통적 유교문화를 깨뜨릴 수 있는 문장이었음을 알 게 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선비로서 글쓰기의 중요성을 깨우쳤는데 이는 자기 삶의 존중에서 나오는 것이며 생사의 견문을 더 넓혀 복 된 삶을 추구했다는 데 있다. 한 시간 강의였다.
똑같은 커피인데 아메리카노는 유난히 이곳 압량이 더 맛있다. 장소가 협소해서 더욱 좁은 목구멍에 착 붙는다. 긴장감은 어느 곳보다 더 드는 것이 이곳 압량이다. 바(bar) 밑에 운전석처럼 앉아 내비게이션 바라보듯 모니터만 보았다. 한 시간의 드라이브였는데 18C 연암이 살았던 시대에는 꿈에도 못 그릴 삶이 아닌가! 이처럼 한 이백 년 흐른 뒤에는 어떤 영상으로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며 있을까! 그 외,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보았다. 지금으로부터 사오천 년 전의 고대문명을 비추며 그때의 삶을 이야기한다. 지금의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주변의 삶과 견주어 보아도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로 당시 문명이 꽤 높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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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