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3月 09日
맑았다. 바람이 아주 세차게 불었다.
아침 사동 가는 길이었다. 압량 사거리는 교통의 요충지다. 언제부터 도로변, 가장 멋진 자리에 건물이 오르고 있었는데 나는 속으로 아! 참 건물 참하다며 얘기한 적 있었다. 호! 근데 오늘 보니 일 층에 간판이 붙었다. 모모 공구 상사다. 그 옆에 구 건물 모모 공구상사인데 잘 아는 집이다. 나는 무릎을 탁 치며 역시나 맞았다. 예전에 무역회사에 다닌 적 있었는데 이 회사는 공구관련 수입하는 수입상이다. 수입한 각종 공구를 전국 각 지역에 공구상사나 공단의 각 공장에 납품한 적 있었다. 공구는 대체로 고가며 건축하는 건축업자나 공장에 아니 쓸 수 없는 필수 상품이다. 대체로 수요가 많아서 잘 팔린다. 작업공구 하나 손에 쥐었다 하면 몇만 원쯤 하니 커피 일과 비교하면 여러 수십 잔과 맞먹는다. 그러니 돈을 안 벌 수 없는 직업 중 하나다. 어제저녁, 정문 사장님과 대화 나누며 한 얘기였다. ‘안주하지 말며 도전하라’는 말씀이 요지다. 그 순간, 자격지심이라고 할까 약간 소침했다. 지금껏 도전하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욕심은 금물이다. 욕심은 도로 위기로 몰아 몸을 해할 수도 있음이다. 예전 부모는 자식 생각하며 열심히 살았다고 하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모두 자업자득이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에게 도움을 준다.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것도 감당하지 못할 게 없다.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는 사람이 붙으며 주위 사람을 만드는 법이다.
내가 어떤 직업을 택하며 그것을 어떻게 운영해 나가는 것도 다 운인 것 같다. 무엇을 택했다 하더라도 근본은 열심히 노력하며 배우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를 다지며 사는 것이다. 장사에 무슨 왕도가 있겠는가마는 내가 보건 데 밥집이나 커피 집은 실은 돈 버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혹여나 그것으로 돈을 벌겠다하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남들과 비교되는 특별한 경영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말 한필에 싣는 봇짐과 여러 말에 이끄는 수레에 싣는 봇짐은 분명히 다르다. 물론 말의 역량도 관리도 중요하며 세상 흐름도 중요하다. 하지만 비교적 금액단위가 높은 것은 위험성도 높지만, 그만큼 이문도 높아 목적한 바를 더 빨리 이룰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침 전호근 선생께서 쓰신 ‘장자 강의’를 모두 읽었다. 장자의 ‘내편’을 강의한 책이다. 솔직히 어떤 부분은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글자를 먹듯 그렇게 죽 읽었다. 장자의 첫 이야기는 붕새로 시작한다. 아주 큰 새다. 날개를 펼치면 구만리를 날아간다.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때를 보며 큰 뜻을 펼치는 게 첫 이야기의 시작이다. ‘내편’ 마지막은 어둡게 끝을 맺는다. 혼돈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혼돈의 이야기 그 앞 전 이야기가 마음에 더 와 닿았다. 그것을 한 번 적음으로써 책거리 대신한다. 명예의 주인이 되지 말며, 모략의 창고가 되지 말며, 일의 책임자가 되지 말며, 지혜의 주인이 되지 말라. 다함이 없는 도를 완전히 체득해서 자취 없는 세계에 노닐도록 하라. 하늘에서 받은 것을 극진히 하되 이득을 보지 말아야 할 것이니 오직 마음을 비울 따름이다. 지인(至人)의 마음 씀씀이는 거울과 같은지라 보내지도 아니하고 맞이하지도 아니하며, 비추기만 하고 간직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만물을 감당하면서도 다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가끔은 마음을 비우고 사는 것도 괜찮다. 너무 튀려고 하면 오히려 잘리는 일도 있다. 나를 덜어내되 조심해야 하며 거저 공부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바라지 않는 게 좋다.
오후, 본점에서 교회, 도자기 일을 하시는 이 씨와 상담 중이었다. 평상시 서로 연락을 자주 전하는 친구는 아니지만 가까운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고향 친구라서 오히려 이렇게 띄엄띄엄 오는 전화는 세상 놀랄 일밖에는 없다. 아! 어찌하면 좋은 것인가!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낸 죽마고우다. 친구가 세상을 달리했다. 친구로부터 받은 전화는 자살이 아닐까 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일단은 경찰 조사가 들어갔다며 말을 한다. 나는 도무지 너무 놀라서 입에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는데 갑자기 눈물이 맺혔다. 자동차 영업하며 늘 긍정적인 삶을 살았던 친구였다. 작년에는 영업용 봉고차를 친구로부터 사기도 했다. 그런데 무슨 날벼락인가 말이다. 아! 아무리 어수선한 세상이라지만 무슨 목숨을 그리 쉽게 내놓았단 말인가! 무슨 일 있었던가! 또 다른 친구에게 전화하고 또 다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봄은 저리 요란하게 오는데 어찌 세상을 쉽게 내놓았단 말인가!
벚나무 가지마다 봉곳하다만
바람은 어찌 이리 매섭게 부나
가지마다 피우는 제철 꽃이라
부름 없는 자연에 벌써 가시나
동네 친구들이 함께 모였다. 고향친구가 운영하는 소줏집에 모여 이것저것 이야기 나누었다. 부모님 다 살아계시고 결혼은 했으나 불과 3개월 채 못살다가 이혼하고 자식도 없는 친구다. 장례예식이라는 격식도 차릴 수도 없게 되었다. 고향친구라 해봐야 7명, 병원 조그마한 방 하나 얻으려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가족의 말씀에 따라 움직일 것 같다.
모처럼 고향 친구들 만나니 모두 고향을 떠나 산 게 아니라 고향에 다들 있었다. 또 다른 친구의 소식도 들으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는 게 다 똑같았다. 모두가 궁핍한 삶이며 노력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인생이다. 떠난 사람은 툴툴 털며 갔다. 어찌 보면 지긋지긋한 삶을 끝내며 웃으며 편히 갔을지도 모른다. 남은 중생들이야말로 가련하지 않은가! 어깨에 짊어진 업보라 하더라도 끝까지 지고 갈 수 있을 때까지는 지어야 하지 않을까!
바람이 몹시 부는구나!
각주
*전호근 ‘장자강의’ 498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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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