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3月 15日
맑았다.
아침 라면 먹었다. 적당한 탄수화물 알맞은 단백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라면, 달걀을 풀고 뜨겁게 끓인 라면 냄비 뚜껑을 오랫동안 닫으며 폴폴 끓는 냄새 맡으며 폭폭 삶은 라면, 세상 우울해도 활짝 갠 얼굴로 창밖을 잠시 보며 호! 날 맑다 맑은 마음으로 뚜껑을 조심스럽게 연다. 폭 퍼진 듯 탱탱한 듯 쫄깃한 라면 한 젓가락 올리며 확인하는 긴장감 라면, 라면을 냄비 뚜껑에다가 건져 놓고 호호 불어가며 먹는 이 맛 아침이었다.
개나리 피어나나 싹이 파라네
아문 자리 깨치며 삶이 오르네
꽃샘추위 지나고 햇살 받으니
물오른 꽃봉오리 쉽사리 벗네
꽃봉오리
성당에 목련 나무 한 그루 있다. 가지마다 기억이 봉곳하게 아물고 있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믿으며 아직 지나지 않은 꽃샘추위를 견디며 있다. 겹겹 쌓은 추억이 내놓기에는 아직 여린 꽃잎, 성모 마리아처럼 하늘 향해 서 있다. 땅 밑 수많은 문자의 양분을 끌어 올리며 우듬지 향한 내부의 질주가 생기를 돋우고 있다. 숨길 것 없는 하얀 속옷 한 장씩 벗어 하늘 한가운데 한 폭 한 폭 그렇게 내놓고 말리고 싶다. 바짝 마르거든 거침없이 가벼운 바람에라도 내맡기고 싶다.
성당에 목련 나무 한 그루 있다.
오전 사동에 머물 때였다. 시마을 동인 선생님 몇 분 오셨다. 다음 달 동인 모임과 행사를 위해 여러 말씀 나누다가 가셨다. 나는 근 1년간 뵙지 못했는데 마치 어제 본 것처럼 느꼈다. 아주 반갑고 사랑스럽고 풋풋한 정을 느꼈다.
카페 역사에 1930년대 이상은 제비라는 다방을 했다. 다방 제비는 다수의 문인이 모여 문학을 논한 자리이기도 했다. 카페 조감도가 역사에 길이 남을 카페가 되겠는가마는 그렇다 하더라도 글 좋아하고 시 좋아하니 카페에 오시는 손님께 볼거리를 더 제공하고 삶에 위안과 즐거움을 드린다면 더 없는 좋은 명소가 될 것이라 장담한다.
점심 두붓국 먹었다. 시마을 선생님과 함께했는데 옆집 그 옆집에서 한 끼 먹었다. 다소 얼큰했다. 밥집 들어가기 전에 동쪽에 있는 고택건물 보시고 저기는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재실이라고 했다. 청주 한 씨 재실이다. 사백여 년 전 임란 때 청주 한 씨는 피난처로 이 곳에 터 잡았다. 그 당시에는 왜병도 모르고 지난 산골 오지였다. 지금은 길이 크게 나고 동네가 부유하다. 문중 땅은 상가로 번성하고 이곳 들어온 두붓집 오릿집 커피집 모두 장사 잘 된다. 두붓국 시원히 먹고 나왔는데 다음에는 콩국을 먹겠다고 마음먹는다.
이상 이후 문인의 최대 카페라
세상 보며 느끼며 한 줄 써는 시
작은 무대 함께 한 삶의 얘기라
시마을 위상 더는 닿을 곳 없네
본부에서 책 읽었다. 신영복 선생께서 쓰신 ‘강의’ 읽었다. 이 책에 ‘묵가’에 관한 내용을 읽었는데 중국 최초의 좌파적 성향을 가진 사상가였다고 진술해 놓고 있다. 묵자가 주장한 사상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겸애다. 세상의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똑같이 사랑한다는 뜻이다. 신영복 선생께서 쓰신 글도 의미가 깊어 적어놓는다. 겸치별란兼治別亂 겸애하면 평화롭고 차별하면 어지러워진다는 뜻이며 묵자의 글에서 성구成句한 것이라 했다.
저녁 라면 먹었다. 적당한 탄수화물 알맞은 단백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라면, 달걀을 풀고 뜨겁게 끓인 라면 냄비 뚜껑을 오랫동안 닫으며 폴폴 끓는 냄새 맡으며 폭폭 삶은 라면, 세상 우울해도 활짝 갠 얼굴로 창밖을 잠시 보며 아! 어둡다 그래도 맑은 마음으로 뚜껑을 조심스럽게 연다. 폭 퍼진 듯 탱탱한 듯 쫄깃한 라면 한 젓가락 올리며 확인하는 긴장감 라면, 라면을 냄비 뚜껑에다가 건져 놓고 호호 불어가며 먹는 이 맛 저녁이었다. |
|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