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4月 09日-2
이호걸 대표님의 에세이 가배도록을 읽고
지난 4월 6일 성주 선영 한식 묘제 참례 때 병구 일족 편으로 대표님의 에세이집 가배도록을 감사히 받았습니다. 돌아와서 책을 펴니 저의 축시가 책 첫머리에 실려 있어 송구했습니다. 거기에다 원두커피에 드립까지 동봉해서 더욱 미안하고 감사했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머리말부터 찬찬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공감된 글에는 연필로 밑줄을 그으면서 읽어 나가다가 이래 읽다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중간쯤에는 눈으로 읽고 마지막에 머리로 정리하면서 연필로 밑줄 친 것을 다시 읽으며 정리를 했습니다. 그 바쁜 업무에 매달려 시달리면서도 책을 읽고 빠짐없이 일기를 적는데 감동했습니다. 99쪽에 저의 졸시 끝에 “카페 문 앞에 새똥 세 무더기나 보여 걸레로 닦고 새가 날아들어 새똥이 발견하고 난데없이 꿩 한 마리 줄 행낭을 치고 옥상에 묶여 있는 도로시 쪽을 보다가 꿩 두 마리가 종종걸음을 보았다” 는 글을 읽으면서 저의 졸시 7행에 “날짐승도 쉬고픈 아담한 카페 쉼터”란 詩句가 명당을 적중했구나 하는 흐뭇한 생각에 미소를 지웠습니다. 적소에 삽입된 7.5조 율격 시가 매력적이고 읽는데 느낌을 더 했습니다.
1. 한잔은 느끼세요 산속공기를/ 한잔은 맛보세요 삶의 의미를/ 한잔은 이기세요 안은 세계를/ 한잔은 즐기세요 카페조감도
2. 수천 년 역사 속에 인륜 있었네/ 뿌리 있어도 우린 모르고 자라/ 하늘만 보지 땅은 잊고 없어라/ 사람은 땅에 사니 땅을 본받네
3. 바깥은 비 내린다 도로바닥에/ 톡톡 튀는 빗방울 하늘의 속기/ 기록은 축축하다 굳은 지면이/ 찢음도 구길 수도 없는 저 진리
여러 시 중에 3편을 올려봤습니다. 저도 일기를 쓰고 시를 좋아하지만, 이 선생님의 시가 마음에 들어 저의 일기 방식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7.5조 율격이 구식이라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며 근대시는 읽어도 풀이가 없으면 무식의 탓인지 이해할 수 없더군요.
그날 3차 임원회가 있어 강락 조카와 잠깐 들려 차 한잔 했는데 그때 옆 좌석에서 책을 읽고 있었던 분이 대표님이셨군요. 등잔 밑이 어두웠습니다.
14년 10월 31일 일기에 종일 비가 내린다고 했어 저의 일기장을 꺼내 그 날 날씨를 보니 대구에 60밀리의 가을비가 해갈했다고 적혀 있잖아요. 그리고 11월 24일 자 저의 일기장에 30밀리의 비가 내렸다고 했고 12월 8일 자 밤사이에 내린 설경 사진을 일기장에 스크랩한 것을 보고 이 선생님의 일기와 일치되어 이 선생의 일기의 진실성을 확인했습니다. 14년 11월 14일자 “일기는 대화상대자가 없으므로 대화상대자가 있어도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기에 쓴다.”, 297쪽 글 중 사마천의 사기를 열거하면서 일기 하나를 적는데도 다 밝힐 수 없는 내용이 있다. 311쪽 사동에 들어가는 사거리에서 조감도로 올라오는 양편에 커피점이 일곱 군데나 생겼다니 놀랬습니다. 그야말로 카페 춘추 전국시대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저의 일기 방식도 이번 이 선생님의 작소일기를 보고 많은 것을 고쳐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저의 일기에 대한 글을 첩부 파일 메일로 보내겠습니다. 叱正바랍니다.
끝으로 저는 커피문화에 대해서는 문외한입니다. 올해 85세로 젊을 때 다방출입은 물론 만날 일이 있으면 막걸리 집으로 허기를 때웠고 근래에 와서도 위장 장애로 커피를 피했으니 답답하지요. 지난번 이 선생님의 “커피 향 노트” 책자를 읽고 커피 세계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상식을 얻을 정도의 커피문화에 대한 백치입니다. 그러나 커피 냄새는 무척 좋아합니다. 저가 대곡 큰애 집에 7년을 살았는데 아파트 바로 앞 산자락에 커피점이 2채가 생겨 그 앞을 매일 산책하면서 커피 냄새에 매료되어 원두커피 볶은 가루와 드립 용구를 사 가지고 집에서 음미하면서 늦게야 커피 바람이 났습니다. 58,000원을 주고 샀는데 이 선생님 주신 드립이 더 간편하고 좋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이 선생은 40대 중반이라 했으니 정말 좋은 때입니다. 인생 백 세 시대라 했으니 鵬程萬里입니다. 저의 팔십 평생 중 모든 굴레에서 벗어난 후 70대가 가장 내 참삶을 느끼게 했던 때가 아니었든가 생각됩니다. 저도 독서를 좋아합니다. 지금도 귀는 어두우나 다행히 눈은 밝아 독서에 무료를 달래니 외로움을 모르고 지냅니다. 이 선생은 20여 년의 카페문화에 젖었으니 수지가 맞든 안 맞든 영구 직업으로 굳혀 시와 수필을 쓰면서 등단 문인으로 노후를 값지게 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정말 행복한 분입니다. 문운을 축하하며 날짐승이 날라 와도 막지 마시고 모이를 주고 반기시면 명당의 運氣가 더해지리라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2015년 4월8일 대구 남구 자유샛길 17-3 (대명동) 韓用愈 드림
韓用愈 선생님께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책을 내서 판매하는 기쁨보다 읽어 감상평 해 주시니까요.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모름지기 글을 쓰는 글 꾼으로서 제일 좋은 것은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가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부족한 글인데도 이렇게 선심을 다하여 조목조목 말씀 올려주시고 또 군데군데 평을 안 아끼시니 몸 둘 바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전에 한 번 카페 오셨는데 저의 직원이 선생님이시라 하며 가시고 난 후, 알았습니다. 정말 죄송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아무쪼록 건강과 문운도 함께 하시옵고요.
선생님께서 쓰신 일기문에 또 한 번 놀랬습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주신 감상문은 별고 없으시다면 가배도록 2권에 넣을까 합니다. 허락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아직 일도 많고 시간에 쪼들려 한자씩 넉넉히 담아야 하는데 못내 죄송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작소 올림
15년 04월 09일 |
|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