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3月 19日
거짓말처럼 맑았다. 황사가 싹 씻겼어 그런지 아주 맑았다.
대구 만촌동에서 오신 분이다. 아침 본점에서 드립교육을 가졌다. 오래간만에 가져본 교육이다. 이 주 전에 조감도에서 손님으로 오신 분이었는데 조감도에서 신청 받았지만, 조감도에서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서 아침, 문자로 본점 주소를 일러 오시게 했다. 겉 뵈기에는 그리 나이가 많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딸이 벌써 서른이다. 케냐와 예가체프를 맛보기로 한 잔씩 내렸으며 실습이 뒤따랐다. 케냐 커피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씀이 없었지만 예가체프는 확연히 맛이 좋다며 한 말씀 하신다. 커피를 알고 마시면 그 맛이 새롭게 느껴진다. 가실 때 드립 관련 기구를 모두 사가져 가셨다.
점심을 본점 식구와 함께 먹었다. 강 선생께서 찜닭을 샀다.
지금 실습받고 계시는 최 씨로부터 교육 소개를 받았다. 동생이다. 전에 기계 관련 쪽에 일을 했다. 지금은 손에 잡은 일은 없지만, 커피를 알아보고 싶어 오신 거였다. 최 씨도 함께 있었는데 커피에 관해서 잠깐 언지가 있었지만 알고 모르고는 정말 얕은 지식이다. 늘 교육을 하지만 날이 갈수록 부끄럽게 여겨지는 것도 여기에 있다. 내가 고객과 함께 커피를 두고 얼마나 적극적이며 교감하느냐가 중요하다. 교육은 이렇게 함으로써 친절한 안내뿐이다. 참된 마음으로 배워서 미래를 복되게 가꾸어 나가길 진심으로 바랬다. 교육 상담이 끝난 후 오 선생은 안티구아를 볶았다. 1K 봉투로 모두 44봉 이상을 볶았다.
커피 예찬 3
커피 한 잔은 백치아다다 다. 거저 자연스러운 우리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데 어찌 보면 도시문명의 소외감에서 탈피하며 자연을 닮으려는 욕구에 사로잡는다. 그러니까 백치 아다다에 나오는 아다다의 남편처럼 투기로 인해 돈을 벌며 그 돈으로 사업을 일구어 크게 성공한 것이 아니라 거저 소박한 초가집처럼 커피 한 잔은 오는 것인데 인간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으며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는 노자의 사상과도 같다. 그렇다고 세상 물정 모르는 어떤 천진난만한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향수가 일며 권태와 타협이나 어떤 형식이 없는 아주 맑은 내면의 안식과도 같은 것이다. 커피 한 잔은 이런 맑은 날 같기도 하며 또 가만히 앉아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일기도 하는데 그렇게 마시고 있으면 세상 다 품은 듯 부러울 게 없다. 결코, 그렇다고 하더라도 절대 보호본능을 받거나 애처로운 눈빛을 받기 위해 아무런 말이 따르지 않음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개구쟁이 같으면서도 개구쟁이가 아니며 신동의 재능이 없는 것 같아도 신동 같아서 그 매료에 유혹되지 않을 수 없음이다.
하루가 바늘처럼 가늘고 곧다
틈새 햇볕과 같이 희망 품는다
따끔한 통증처럼 오늘 보아라
깊고 아린 자리가 내일 여문다
내부공사를 맡는 장 사장 본점에 다녀갔다. 신혼여행 다녀온 후로 첫 대면이었다. 이번 주는 신혼 방 정리할 거라 조금 바빴는가 보다. 요즘 커피 시장을 두고 서로 얘기 나누었는데 아는 친구가 지센 제품의 로스터기를 샀다는 얘기를 했다. 그 로스터기를 본 장 사장은 기기가 시원찮다는 거였다. 모두 전자식이니 배기구가 없느니 등 여러 가지 말을 했다. 그리고 왜 그 제품을 사는지 모르겠다며 한마디 했는데 나는 일종의 베블렌효과로 본다. 커피 전문점이 많으니 우리 집만의 특색 있는 기계를 소비자께 내 새우기 위한 마케팅의 한 방편일 수 있다. 그 기계로 뭘 할거냐고 물었더니 커피 볶아서 인터넷 시장을 공략한다나 어쩐다나 아! 아이고 되겠어요 했다.
커피 시장에 돈을 벌 수 있는 종목은 교육 컨설팅이나 카페 리모델링 쪽 되지 않을까 하며 얘기했더니 맞장구치며 한마디 한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묻는데 조금 낡은 건물이지만 고택을 개조한다거나 변두리 쪽 혹은 냇가 쪽이나 호수나 공원도 좋고 아니면 촌집도 좋으니 특색 있는 자리가 분명히 있을 거라며 그것을 사들여 개조하며 영업하는 거다. 팔리면 파는 것이고 또 그렇지 않으면 운영하면 된다. 얼마 전에 한의대 앞 모 카페가 그런 경우다. 1억3천에 사서 개조한 비용이 1억 들였겠는가마는 그렇다 하더라도 3억3천 이상이면 꽤 큰 차익을 보았음이다. 하기야 파는 쪽은 세금 생각하면 마음 아픈 일일수도 있다. 큰 수익일수록 꽤 많은 세금을 안아야 한다.
장 사장은 나의 주변을 늘 자세히 묻는다. 그러니까 사업인데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뭐 이런 궁리 같은 것인데 사업 이야기가 끝나면 글이다. 글은 돈이 되느냐며 묻는다. 돈이 될 일 있겠습니까? 하며 도로 되받았다. 그러니까 인세가 있느냐며 하는 것인데 요즘 출판문화와 우리나라 국민의 독서량을 보면 자비로 출판하지 않는 것만도 꿈같은 이야기다. 글은 이미 취미며 재미며 위안이 된 지 오래다. 오히려 이 취미생활에 돈 무진장 든다. 모르겠다. 나중에는 큰 빛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호! 죽고 나서도 이름 석 자 남기면 그만이다. 그만한 가치가 될 지는 노력해야겠지만 말이다.
압량에 머물 때였는데 윤 과장 다녀갔다. 윤 과장이 와서 몇 분 쉬었을까 가고 난 후, 곧장 모 대학 이 선생 오셨다. 공급 풍요의 시대에 어떻게 수요를 맞추느냐 그러니까 수요를 어떻게 창출하느냐다. 지식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어느 지식인의 예를 들어 그 선생(고 미숙 선생)의 삶의 성공을 유추해서 얘기 나누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뭔가 아이디어가 탁 틔듯 했다. 글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내가 보기에는 이것만 한 굉장한 무기도 없으며 시공간을 초월할 뿐 아니라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을 가지게 하니 삶이 어찌 어려운 일만 있을까! 미래를 여는 스마트키는 못되더라도 최소한 기름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글 말이다. 그러니 당신은 핸들만 잡으면 된다. 가고자 하는 길로 똑바로 주시하라! 그리고 눈으로 본 것을 묘사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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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