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2月 24日
오전, 메뚜기 떼처럼 황사가 자욱했다. 오후 맑았다.
옥곡, 시지, 커피 주문 있었다. 서 부장이 다녀왔다. 제주도 계시는 선생님께 커피를 보냈다. 어제 주문 넣었던 기계가 도착했다. 사동 제빙기가 물이 샌다며 AS 접수 되었다만, 완벽한 수리는 못했다. 배수 호수 쪽이 약간 금이 간 것 같다. 그렇게 표가 많이 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많이 새는 것 같으면 그때 교체해도 괜찮아 그냥 두었다.
서애 류성룡 선생께서 지은 ‘징비록’ 읽었다.
황사 / 鵲巢
흩뿌려놓은
언어 성곽
파편들
하늘 혼탁한 마당
춤추는 구두
빨주노초파남보
그 위 작은 집
구름도 내려 보는
아득한 황사
어쩌면 살아서는 이룰 수 없는 집이다. 완벽한 문장, 구수한 언어구사는 어려운 길이다. 사물에 대한 탁월한 묘사능력은 쉽게 이룰 수 없다. 이 일기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삶이 부끄러운 것도 사실이다. 한평생 배우며 겪고 쓰며 일하고 이루며 이룬 것이 대수로운 일도 아니건만 하루 앉아 느끼며 적는 이 맛을 버릴 수 없다. 무지갯빛 나는 그 위 완벽한 작은 집 하나는 쓰는 자에게는 누구나 꿈이다. 오늘도 흐릿한 황사 같은 시 같지 않은 시 한 수 적다.
모아이 / 鵲巢
냄새나는 의자에 나는 앉았다 옆은,
눈 붉히며 제 몸을 불사르는 양 떼 내 무르팍을 견주며 쪼고 있다 또 옆은 민족해방의 기쁨을 가슴에 안고 오늘도 벌거벗은 자본주의 쇼걸처럼 바라본다 고개 약간 젖혀 문밖을 본다 은행나무에 묶은 벙어리 불기둥 오전 10시 기상 오후 8시 죽음, 저것은 칼디도 못 마셔본 아메리카노 껍질 그러니까 철 가면 전방 11시 방향만 본다 시속 80은 족히 달리는 ONE WAY, 불기둥은 제 홀로 저리 섰다 꺼벙한 손짓도 없는 모아이 상, 밤이면 더욱 붉은 너, 탱탱 불나방만 튕겨나는 여기는 폴리네시아, 나는 저 모아이만 바라본다
오오우! 하나 섰다
사동, 오 선생이 마감했다. 오늘은 일찍 들어왔다. 집에서 책 읽었다. ‘징비록’ 모두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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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