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3月 25日
아주 맑았다.
칸칸 고장 난 차가 꽉꽉 차였네
대기실 앉아 차만 바라보네만
정녕 수리할 차는 바깥 줄 잇네
무심코 기다리는 차 그냥 있네
타고 다니는 차, 수리하기 위해 기아자동차 경산 서비스센터에 차를 맡겼다. 부동액 누수 관계로 관련 부품을 신청 한지가 한 달째였다. 약속한 시각 오전 10시 30분에 들어갔지만 한 시간 기다려야 담당 기사를 볼 수 있었다.
여린 봄날 개나리 섬섬 피었네
어느 시대든 총총 변함없으리
이내 몸은 늙어서 보며 좋아라
돌아서 집에 가면 저리 피겠지
서 부장과 함께 시지에서 점심 한 끼 했다. 보쌈집이다. 식사 마치고 기계 설치할 곳이 명우빌딩이라고 했는데 이 빌딩을 찾지 못했다. 분명히 신매광장 어디라고 했는데 찾을 수 없어 광장에 주차관리요원에게 물었더니 아저씨도 모른다. 그러다가 우연히 보았는데 주차장 바로 앞이 명우빌딩이었다. 그러니까 아까 밥 먹었던 곳에서도 바로 지척이다. 마침 동생, 허 사장이 있기에 그 무거운 기계를 함께 들 수 있었다. 아직 내부공사가 끝나지 않아서 기계만 내려놓고 서 부장과 함께 사동에 갔다. 서 부장은 올해 나이 서른둘이다. 허 사장은 마흔이 넘었으니 친형처럼 그렇게 호칭을 부르시게 하며 한 마디 했다. 왜냐하면, 허 사장 성품은 자기보다 나이 어린 사람이면 처음 몇 번 대하고 나면 말을 바로 놓는지라 혹시나 듣는 사람은 기분이 안 좋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얘기하는 거였다. 서 부장은 사회생활이 이곳이 처음이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 무엇이든 하나씩 배워야 할 처지라서 이런 인간관계도 그 이해를 도울 필요가 있다. 서 부장, 사람은 많이 알고 지낼수록 좋은 것일세! 그러니까 거미가 거미줄 많으면 안전하게 떠 있듯이 말이야!
기아자동차 서비스센터에서 맡겨놓은 자동차 뜯어보니 엔진 부동액 관련 부위 호스가 찢어진 것뿐만 아니라 유식한 말로 차체 엔진 EGR 부위도 금 가서 이 부위도 갈아 끼워야 하니 차 잠시 맡겨놓으라고 하더라! 그래서 언제까지 또 기다려야 하는가 하고 물었더니 부품 전국 수배해서 알려주겠다고 하더라! 신차 나온 지 몇 달 되지도 않아 차체 결함으로 인한 기아당국 처사로 차 팔면 후속조치도 빨라야 함인데 이는 너무 가혹한 처사라 한마디 쏘아붙일 수도 없고 거저 오늘 타야 되니 부품 신청하고 차 달라고 했더니 다시 알아보고 전화 주겠다고 하더라! 너무 어이 없었다만 다섯 시쯤 전화로 대차해 놓았으니 가져가라 하더라. 마! 차는 이틀이나 삼일 맡겨 놓으시라 하더라. 대차 갖은 서면에 날인하고 준 열쇠 들며 운행하니 늘 타든 차가 아니라 꽤 불편도 하지만 몰고 나왔다.
경기도에서 사람 둘 찾아왔다. 컵 공장 사람인데 아이스컵과 핫컵에 관한 제품 설명과 말하자면 납품에 관한 견적 같은 것인데 솔직히 많이 쓸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대면하기에 아주 미안했다. 거저 커피 한잔 하며 사는 얘기 좀 나누다가 책 한 권 선물 드렸다. 어느 업체든 안 그런가마는 이 컵이라는 것도 개당 10원짜리 장사라서 돈 안 되는 일이라 경기도에서 이곳까지 온다는 거는 대단한 결단이다. 거래처를 쉽게 바꿀 수도 없어 거저 인사 차례 했다. 영업은 대단한 일이다. 모르는 업체를 탐방하고 인사하며 나를 소개하고 일을 도모하는 것은 모험이자 나의 세계를 확대하는 것이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압량에서 커피 교육할 때였다. 생두 종류와 분류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였는데 독서의 중요성에 관해서 또 말이 나오고 말았다. 물론 교육생도 책을 읽음으로서 그 중요성을 알고는 있다만, 오늘은 이런 말을 하는 거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것이 맞는 것 같더라고요.’ 얼굴빛도 어제와는 많이 다름을 보았다. 그러니까 무언가 활짝 피었다고 해야 하나!
詩
선생은 반듯하네. 한 치 흩트림 없이 바르게 나열하며 숨소리 또한 고르네. 안정된 어조로 안개 같은 길 안내하네. 그 숨소리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나는 활짝 핀 벚꽃처럼 웃음 일기도 하며 그간 쌓인 하루 그 묵은 때가 싹 씻기도 하네.
선생은 꽉 찬 수박이네. 한 색깔로 그 사상 볼 수 있으며 중요한 몇 마디는 씨앗과 같아서 곱씹으면 씁쓸하기도 하지만 굳은 땅에 내리는 뿌리처럼 그 뿌리를 통해 끌어올리는 줄기처럼 하늘 향해 바르게 선 잎처럼 온몸 바르게 할 뿐 아니라 수박 같은 열매를 맺게 하지.
선생은 무뚝뚝한 고집불통이네만 내가 먼저 마음 열며 손길 펼치면 자연을 얘기하며 흐름을 보여주니 여태 삶 단면으로만 보았다면 통찰력으로 보는 눈을 주지 마치 하늘에 나는 족속보다 물 후비며 다니는 그 어떤 어족보다 부드러워서 바람처럼 가볍다네.
압량 마치고 상갓집에 다녀왔다. 정문 사장님과 함께 다녀왔다. 고인께서는 죽음을 두려워하셨다고 했다. 올해 들어 문상 다녀온 집도 꽤 되는 것 같다. 그만큼 죽음을 생각할 나이인가 보다. 앞세대가 차츰 가고 있다. 차례가 있을까마는 나는 것도 언제인지 모르듯 가는 것도 언제인지는 모른다. 거저 삶을 생각하며 하루 알차게 걸어야 함이다.
중독자
폭신폭신 운동화처럼 꽉 낀 팬티처럼 그러니까 신어도 신은 것 같지 않고 입어도 입은 것 같지 않은 카페 인, 하얀 이와 잇몸과 휘몰아 도는 군무 같은 것 속 빨려드는 블랙홀 같은 것 어쩌라고 어쩌라고 하며 또 잡은 한 옴큼의 사색 날씬한 몸매도 아니면서 곧장 헤엄치며 가는 우주 같은 곳 불면의 장 펼쳐놓고 불멸의 용대가리 같은 것 역린도 아니면서 거꾸로 잡은 시간 거스르며 탁탁 오르는 날치 하얀 날치떼 보며 잠 못 이룬 밤
있는 듯 없는 듯
탁
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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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