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3月 12日
맑았다. 황사가 없어 하늘이 꼭 가을 하늘 같았다.
스스로 캐는 진주 수월하지만
의미 또한 돌 같아 값어치 없네
운도 주고받으면 기쁨 두 배라
속에 꾹 담지 말고 야들아 보라
앞 생략[책에만 넣겠습니다.]
무엇보다 카페는 내가 일하는 장소라서 오시는 손님께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손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주문을 바르게 보아야 하며 자리가 불편하지는 않는지 살피며 오시며 가실 때는 공손히 인사하여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집안의 안 좋은 일로 영업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내부의 어떠한 일로 손님께 영향이 가서는 안 된다.
대표는 카페를 대내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여야 하는데 그렇게 한 대표는 그나마 카페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카페는 한 해고 두 해고 마냥 어렵다. 알리는 홍보활동은 곧 마케팅이다. 미국의 유명한 경영학자가 한 말이다. (지금은 생각나지 않으니 존함은 생략한다) 현대 기업이 쓰는 마케팅 비용은 그 기업이 판매한 총매출에 버금가는데 이렇게나마 운영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글은 시사한 바가 크다. 카페가 죽고 사는 그 책임감은 오로지 대표에게 달렸다. 영업이 안 되면 안절부절못하며 영업이 좀 나으면 대외적 활동으로 미래의 불안을 해소한다. 본점의 경영은 수년을 해왔지만 한순간도 그 마케팅에 손을 놓은 적 없다. 도서출간 및 현수막광고, 큰 비용을 들어서 가며 하는 무료강좌는 이를 대변한다.
하지만, 카페는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며 사람이 찾아오는 곳이며 인간관계를 맺는 여러 복합적인 작용이 있으므로 누구나 창업의 선호하는 업종이 된다.
카페 일은 대표나 직원이나 일에 대해 스스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대표도 카페를 매각하거나 처분하는 일이 생기며 직원도 떠나게 된다. 일은 분명히 일이다. 그 어려움을 스스로 깨달으며 뉘우치며 배운다는 의미를 갖는다면 그 어떤 일도 재미없는 것이 없다. 돈 버는 것을 떠나 일종의 성취다. 그러니 책을 보며 하루 깨달으며 가는 것도 내 모르는 것을 캐는 것이 되니 이 얼마나 즐겁지 않은 일이냐!
서 부장과 함께 사동에 다녀왔다. 제빙기 부품이 서울서 내려왔다. 제빙기 밑에서 물이 쫄쫄쫄 샜는데 물 분사하며 배수로 보내는 플라스틱 배수관이 떨어졌다. 제빙기 들어내고 뒤 덮개에 붙은 나사를 하나씩 푼다. 배수관은 제빙기 뒷면 왼쪽 아래 끝에 있다. 상수 밸브 위쪽에 있는데 그것을 풀 때는 밑에 밸브 쪽 들어가는 전선에 안 닿도록 조심해야 한다. ‘서 부장, 물이 밑에 안 닿도록 조심해야 해. 이 플라스틱 관을 풀 때는 말이야.’, ‘네’, 기존의 관을 들어내고 새 부품을 넣는다. 고무호스가 조금 딱딱해서 타액을 바르며 밀어 넣었다. 그러니까 쑥 들어간다. ‘서 부장 호스가 잘 안 들어갈 때는 침 바르면 잘 들어갑니다.’ 일은 쉽게 해야지 더디게 하면 오히려 힘듭니다.
압량에 왔다. 오 씨가 자수를 놓는다. 나는 자수 놓고 계시는 오 씨 보며 한마디 했다. 자수의 밑바탕 그림이 무엇인지 잘 분간도 안 되었지만, 이것을 어떻게 바느질 하나 싶어 신기했다. 그러니, 시간 보내기에는 이 게 딱 좋아요. 한다. 그래서 한마디 했다. 책보는 게 더 좋지 않나요? 했더니 오히려 생색 하시며 글을 어떻게 보느냐고 말한다. 그러니까 글만 보면 오히려 머리가 더 복잡해서 미친다고 했다. 그러고 난 후부터 책 이야기는 절대 꺼내지 못했다. 오늘은 서 부장과 함께 아메리카노 한 잔씩 마시며 오 씨께서 해주신 허니브래드 한 접시 공양받았다. 압량 조감도에는 작은 서재가 있는데(내가 머무는 곳은 죄다 서재가 있다) 이상전집이 있어 책을 꺼내들며 한마디 했다. 서 부장 이상 아느냐고 했더니? 모른다. 오 씨께 물었더니 이상을 TV드라마 이름이냐고 하시기에 말문이 턱 막혔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이면 다 아는 것 아닌가 하며 생각했는데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카페 매매가 점점 활성화되고 있다. 저녁때 분점에서 문자가 왔다. ‘본부장님 통화 가능한가요?’ 3월 말까지는 제가 하기로 했어요. 다음 달부터는 새로 오신 분이 해요. ‘네, 사모님 누군가요?’,‘동네 사람인데 제 아는 분, 아들이 예요. 취업도 안 되고 해서 카페 일 해보려고 합니다.’ ‘네 그렇군요. 정말 잘 되었네요.’ 언제부터 가게 팔아달라며 애걸복걸하신 분이었다. 그러니 팔리려고 하면 또 금방이다. 근 5년 가까이 함께 한 가게였다. 팔린다고 해도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잘 보아달라며 부탁한다. 거래와 관리를 지속해서 하기로 했다.
텅텅 빈 카페 와서 책보며 있네
따뜻한 바람 불어 달까지 밝아
달빛 탁자에 서려 섬섬히 닿네
어느덧 내 마음에 봄은 온 건가!
깨끗한 물이면 갓끈을 씻고 흐린 물이면 발을 씻는다는 말이 있다. 물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 스스로 모욕을 하면 남이 나를 모욕하며 집안도 스스로 무너지면 남이 업신여기며 국가도 스스로 무너지고 나서야 다른 나라가 와서 짓밟는다는 뜻이다. 모든 것은 나 스스로 이룬 일이니 늘 마음을 닦아야 한다.
코나 사장님과 윤 과장이 다녀갔다. 근황을 서로 여쭈었다. 사장께서도 군위에서 커피 교육을 한다. 군청에서 제공한 프로그램을 받아 이행하고 있다. 커피 일과 더불어 어느 것이 힘든 일이며 부가가치가 높은 것인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더 나은 것인지 서로 상의했다. 강의가 좋다고 하지만 전문적인 강의를 했는지 커피를 판다고 했는데 적극적인 영업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왕 커피 일 하면, 교육생 앞에 서서 시장에 관한 부정적 설명은 할 필요가 없지 않으냐는 것이 오늘 지론이다. 맞는 말씀이었다. 입 헤 벌리며 웃더라도 내가 좋으면 좋은 것이니 천국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음, 그래 마음 하나를 잡으면 다 잡은 것이니 그 마음에 담은 뜻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것이 커피 일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시장에 누가 진입을 하든안하든 크게 개의할 바가 못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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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