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3月 18日
흐리고 비가 왔다.
아침 사동에 나 많은 인부 둘, 가구공장 사장이 왔다. 소파가 하자가 있어 보수 수리하러 왔다. 나무 선반 작업할 기구와 에어컴프레샤 그리고 각종 공구를 담은 공구 통 들고 오시었는데 여간 힘써 보이는 것이었다. 어른께서는 아무리 안 돼 보여도 칠순은 족히 더 들어 보였는데 작업도 그렇거니와 의자를 옮기는 것도 어정쩡하게만 보였다. 젊은 사람으로 지켜보는 것도 미안한 감은 없지만은 않다. 두 개 의자를 하자보수작업 했지만, 버팀목 부분이 타카 한 방에 쩍 갈라지는 모습을 보니 덧댄 나무 조각만 붙이고 나머지 의자는 그대로 쓰기로 했다. 나중에 의자가 문제가 생길 때 하나씩 들어내어 철재로 바꾸어 달라며 가구공장 사장께 부탁했다. 비용이 든다면 부담하겠다고 했다.
나 많은 인부께서 무거운 공구를 이 층으로 나를 때였는데 가구공장 사장이 조심스럽게 나에게 묻는다. 에스프레소 기기와 그 외 주방 기계를 갖추는데 비용이 얼마 드는지 물었다. 가게는 약 40여 평이라고 했다. 나는 천오백에서 이천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느냐며 이야기했다. 주위에 그러니까 친척이 가게를 열고 싶다며 말씀 주시기에 친절히 상담하며 직접지은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렸다. 가구공장 사장은 나보다는 몇 해 더 젊어 보인다. 사장은 꽤 큰 공장을 가지고 있다.(아마, 아버님 사업을 물려받아 하는 것 같다.) 나와는 십여 년 이상 거래를 했다. 공장 일이 머리 아픈지 이런 가게 하나 하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가구는 잠시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거라며 나중에는 외식관련 사업에 일하고 싶다며 한 말씀 하시는 거였다. 언제든지 기회가 된다며 나는 적극적으로 도와 드리겠다고 했다.
아침 일찍 강 선생도 다녀갔다. 인수받은 가게 정평 의자의 천갈이 해야 할 것 같아서 온 거였다. 어제 잠시 상담을 했지만, 오늘 가구공장 사장께서 오시니 한 번 들리시라며 얘기한 바 있다. 그러니까 기본 철재는 그대로 놓아두고 1인용은 약 사만 원, 2인용은 약 칠만 원 정도라며 친절히 상담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한 개로 보면 그리 큰돈은 아니다만 개수가 제법 되니 다 합치면 돈이 꽤 크다. 강 선생도 이제는 사업가니 여러모로 신경 쓰이겠다.
오후 화원에 다녀왔다. 화원은 여기서 약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다. 그러니까 같은 대구라도 경산서 보면 극과 극이나 다름없지만 요즘 범물과 상인을 잇는 터널이 개통되면서 그 시간을 한 시간이나 단축한 거나 다름없어서 솔직히 말하자면 어느새 도착했는지 모를 정도로 그렇게 빨리 다녀왔다. 터널 길이가 제법 길었는데 내가 다녀본 터널 중에서 가장 긴 것이 아닐까 할 정도였다. 그만큼 길었다. 두 시쯤(2시 15분)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3시였다.
커피 가게 이름은 ‘썸바디’다. 사장은 학교 후배다. 25평쯤 되며 테이블 수는 다섯 개에서 여섯 개다. 바깥에도 두 테이블 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손님 여자 두 분 앉아 있었으며 아르바이트 일꾼이 있었다. 설치한 기계는 그라인더 SR-50 이며 아메리카노 전용으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그라인더 기능을 설명하며 분도 조절을 했다. 여기는 에스프레소 한 잔의 양이 조금 많았는데 양을 정량에 맞게 맞춰드렸다. 맞추기 전에 여기 관습대로 해도 괜찮다며 구태여 말씀드렸지만, 다시 맞춰달라는 부탁에 조금 줄였다. 끄레마는 기존에 쓰던 커피와 확연히 다를 정도로 확실했는데 옆에 아르바이트 일꾼도 여기 사장도 함께 간 서 부장도 매우 놀라워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 만들며 위에 퍼지는 끄레마의 그 두께가 얼마나 무겁고 짙은지 두꺼운 혼 이불보는 것 같았다.
사장과 커피 한잔 마시면서 로스터기에 관해서도 설명이 있었다. 나는 굳이 로스터기에 관한 설명은 따로 한 적은 없었지만, 커피 향 노트를 읽으셔 그런지는 모르겠다. 로스터기에 관한 중요성을 새삼 느꼈음이 틀림없다. 설치는 다음 달 초쯤으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으며 기계는 중고제품으로 해달라며 부탁했다. 덕트(duct) 설치도 뒤따라야 하는데 기존에 설치해 놓은 배관이 있어 그쪽으로 T자 관을 연결하여 빼면 미관상 보기에 나쁘지도 않을뿐더러 자금도 아낄 수 있을 것 같다며 조언을 했다.
모든 일 마치고 서 부장과 함께 본부로 들어오며 한마디 했다. 가게가 너무 비싼 자리 아닌가 하며 조금 걱정스럽게 말을 했다. 커피 시작하는 분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아서 하는 말이다. 커피를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은 용기와 자신감이야말로 하늘 찌를 듯하다. 시간이 지나며 느낀 그 세월을 이야기하자면 호!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한마디로 여행이다. 그래 그 여행을 어떻게 즐기며 하느냐다. 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무전여행 말이다. 그 지나온 시간을 어떻게 값지게 만들 것인가가 인생의 참된 보람도 함께 한다.
커피 예찬 2
커피 한 잔은 맑고 깨끗한 얼굴로 거기다가 가장 포동포동한 볼에 까만 눈동자로 여기 와 있다. 커피 한 잔은 가장 중립적이며 비종교적이라서 어느 사람에게나 잘 맞다. 커피 한잔은 전통적이지도 않으며 관습적이지도 않아서 격식을 갖추거나 어떤 형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거저 한 잔 마시고 싶으면 쉽게 내려 마시면 된다. 그러니까 가사나 시를 읊조리는 기생과 같이 느껴질 때도 있음인데 결코 삼류급인 매춘부는 아니다. 그만큼 편안하게 와 닿아서 함께 있고 싶을 때가 많으며 또 그렇게 있으면 마음이 어찌나 편안한지 세상 모든 일 그만 잊고 만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마치 흡혈귀와 같아서 나도 모르게 힘 쪽 빠진 허수아비가 된다. 그러니 까만 눈동자야말로 보면 볼수록 애처롭고 촉촉해서 가까이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어찌 자주 마셔 보지 않을 수 있으랴!
흰 뚜껑 까만 뚜껑 가리지 않네
담은 커피 한잔은 맛만 좋으이
정성껏 내린 커피 맛만 있을까
사는 정 함께 하니 바랄 게 없네
사동 조감도 건물 내부에 빗물이 새 나왔다. 그 원인을 찾아보니 창틀에 바른 실리콘이 추운 겨울 보내고 나니까 틈이 생겼나 보다. 시공사 사장도 한 번 다녀갔는데 오전에 전화를 드렸지만 오지 않아 문자로 보내고 나니 오시어 확인하고 갔다. 사동에 정의는 그간 이틀간 보이지 않았는데 서울 바리스타 특별 강연에 다녀왔다. 다녀온 소감을 이야기했다. 정의 마음에는 태양보다 더 뜨거운 하트를 그리고 있었다. 그 열정이 보여 분명히 일을 낼 것 같은 아이다. 사동 마감하고 본점에 들렀는데 오 선생께서 아직 교육 중이었다. 교육장에 들어가 오 선생과 교육생께 인사했다. 교육생은 아주 초췌한 모습이었다. 오 선생은 역시, 교육하는 게 아니라 즐기는 게 맞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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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